[편집국 칼럼] 戰勝不復(전승불복) “승리는 반복되지는 않는 법, 영원한 승리는 없다”
[편집국 칼럼] 戰勝不復(전승불복) “승리는 반복되지는 않는 법, 영원한 승리는 없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1.3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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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적벽대전이 다가온다.

지방선거로 홍역을 치른 뒤 약 10개월 만에 겪게 되는 선거전이다.

오는 3월 8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긴 장대발을 치고 있고, 그 앞에 2월 7일 장성군노인회장 선거, 11일 장성우리신협 이사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이를 예고하듯 설날을 맞아 사람이 오가는 길목과 동네 이곳저곳에 인물을 알리는 플랑카드가 화려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모든 분들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한 줄짜리 이력만 봐도 ‘한 가락 했던’ 괜찮은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플랑카드에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내심 전쟁터에 나가는 비장함이 묻어 있음을 어찌 모를 수 있으랴.

선거는 전쟁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무승부란 있을 수 없는, 상대를 쓰러트려야 내가 살아남는 생과 사의 전쟁터다. 반드시 이기는 자와 지는 자가 가려진다.

그것은 인류가 살아온 역사와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승리의 역사를 써 내려왔다. 그 승자들의 역사가 길수록 스스로 채찍질하던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시간도 길었다.

서양문명의 원천인 천년 제국 로마가 그랬고,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정복국가 몽골이 그랬다.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 진나라는 수많은 연합 국가들의 합종연횡을 교묘하고 치밀한 전술과 기량으로 깨트리고 하나하나 정복함으로써 중국 역사의 시원을 이뤘다.

이러한 승리와 패망의 역사 사이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진리가 있었다.

“오늘의 승리에 도취해 내일을 대비하지 않으면 필망했다”는 사실이다.

천세만세 영원한 승자로 보였던 거대 제국도 내일 아침을 대비하지 않으면 침몰했다.

역사에 영원한 강자는 없었다.

그러기에 손자병법은 ‘오늘의 승리에 자만하지 마라’고 경고하고 있다.

손자는 허실편에서 戰勝不復(전승불복) 應形於無窮(응형어무궁), 즉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 것, 상황변화를 직시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라”고 했다.

어제의 승리가 내일의 승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지난 승리에 도취하는 순간 이미 패하는 것이다. 영원한 승리, 불패 신화란 없다.

화려한 승리의 향연이 길어지면 몰락의 어두운 그림자가 스며들게 마련이었다.

밖에서 성공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안에서 혁신의 가시밭길을 걷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

전쟁은 항상 싸워야 할 상대가 있다.

그래서 손자는 말한다.

夫兵形象水(부병형상수) 避高而趨下(피고이추하), 전술은 물과 같은 것,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으로 흐른다.

夫兵之形(부병지형) 避實而擊虛(피실이격허) 전략을 세울 때도 적의 강한 곳을 피하고 약한 곳을 공격해야 한다.

물 흐르듯 유연하게 사방의 모든 지형지물을 품고 안으며 대응해야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선거가 몇일, 혹은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처음 도전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재도전하는 분들은 작게는 4년, 때로는 더 이상 절치부심(切齒腐心),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세월들을 보냈으리라 여겨진다. 그 처절한 노력들에 감히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선거의 지존들에게는 초짜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비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출마 이전부터 벌써 판을 깔아놓고 승리의 계산을 끝낸 뒤에 출전장을 던진다는 사실이다. 지혜로운 장수는 전략적으로 이미 이겨놓고 전쟁을 시작한다.

반면, 선거에 임박해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때부터 지형을 탐구하고 구도를 짜는 사람이 승리를 확신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계산일뿐이다. 전쟁을 시작하면서 전략과 전술을 준비하는 자는 이미 늦다. 패배의 늪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전쟁은 언제나 예측불허다. 어제의 승자가 반드시 내일의 승자란 법은 없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것이 전쟁터다. 출사표를 던진 분들에게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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