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김한종 군수님, 풍환을 찾으셨습니까?
[편집국 칼럼] 김한종 군수님, 풍환을 찾으셨습니까?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2.13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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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며,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의를 추구하며 얻는 과실이다.”

이 역사적 진리는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하나도 다름이 없다.

때는 중국 전국시대, 부강했던 제(齊)나라 일이다.

제나라 재상이었던 맹상군은 대단한 위세를 가진 사람으로 거느리던 식객이 3천 명에 달했다. 맹상군이 식객을 후하게 대접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아무 가진 것도 없는 풍환이라는 사람이 찾아갔다.

맹상군이 “선생은 저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으십니까”라고 묻자 풍환은 “특별한 재주는 없으나 재상께서 선비들을 잘 돌봐준다고 해서 이 한 몸 의탁하려합니다”라고 말했다. 기행을 일삼던 풍환은 식객이 되어서도 빈둥거리며 지냈다.

권세와 재물을 좋아한 맹상군은 자신의 고향인 설(薛) 땅에 1만호의 식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식객을 데리고 있었던 맹상군은 식읍에서 거둬들이는 세금만으로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부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상당수가 제때 돈과 이자를 갚지 못해 속을 썪였다.

그 때 맹상군은 풍환을 떠올리며 “내가 선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으나 이번에 설 땅에 가서 빚을 잘 받아오길 바라오”라고 골치 아픈 업무를 맡겼다. 풍환은 떠나기에 앞서 “빚을 다 받으면 무엇을 사 올까요?”라고 묻자 맹상군은 “우리 집에 무엇이 부족한 지 살펴서 사 오시오”라고 주문한다.

설 땅에 도착한 풍환은 맹상군의 돈을 빌려 쓴 차용증을 거둬 대조해 본 뒤 돈을 갚을 능력이 되는 사람들로부터 10만 전을 거둬들였다. 그리곤 여러 마리 소를 잡고 술을 받아 잔치를 베풀어 한바탕 잔치를 연 다음 나머지 차용증을 대조하며 돈을 갚을 능력이 되는 사람에게는 기한을 정해서 갚도록 하고, 능력이 안 되는 차용증은 불태워 버렸다.

빚쟁이들이 기뻐하자 풍환은 말한다.

“맹상군께서는 가난한 여러분에게 돈을 빌려준 것은 종잣돈으로 농사를 짓고, 장사 밑천을 마련하여 잘 살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소. 본래 이자까지 받을 맘이 없었지만 부득이 식객을 부양하기 때문에 돈을 받으라 했소. 받을 수 있는 돈은 받았고 받을 수 없는 돈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 불태운 것이오. 이 모든 것은 맹상군의 은혜이니 부디 잊지 마시오”라고 말하자 백성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 소식을 들은 맹상군은 “내가 빚을 받아오라 했지, 소 잡고 술사며 차용증을 불태우라 했소? 이게 무슨 짓이요?”라며 대노했다.

풍환은 침착하게 말한다. “허락도 없이 사사로이 공의 결정이라고 꾸며, 능력 있는 빚은 받고 나머지는 모두 탕감했습니다. 빚 문서도 전부 다 태웠습니다. 백성들은 하나같이 공의 은덕을 잊지 않을 것을 외쳤습니다. 만약 공이 이자를 끝까지 강요한다면 돈은 얻지 못하고 나쁜 명성만 얻을 것입니다. 소인이 보건대 공의 댁에는 다른 것은 다 있으나 오직 ‘의(義)’가 부족한 것 같아서 ‘의’를 사 가지고 돌아왔을 뿐입니다.”

맹상군은 아무 말도 못했다.

얼마 뒤 제나라 왕은 이웃 진나라와 초나라의 이간질에 빠져 맹상군을 파직했다. 그러자 그 많던 식객들도 줄줄이 떠났으나 오직 풍환만은 곁을 지켰다. 끈 떨어진 맹상군은 여러 고을 다니면서 쓸쓸함을 느낄 뿐이었다. 하지만 고향인 설 땅에서만은 쌍수를 들어 맹상군을 환영했다. 모두들 어른들을 공경하며 아이들을 잘 챙기며 풍요로운 모습이었다.

그제야 맹상군은 “선생께서 저에게 없던 귀한 선물을 주셨다는 것을 느낍니다”라며 금은보화나 권세에 편승하기보다 ‘의’를 선물해준 풍환의 지혜에 감탄한다.

풍환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맹상군을 도와 다시 재상에 복귀하도록 만들고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2천 년 전 전국시대 이야기지만 지금 이 나라에서 새겨들어야 할 금과옥조다.

대통령 주변에도 권력 지상주의자들이 설쳐 문제다. 오직 대통령 의중만 살피려 든다. 가리켜야할 백성을 보지 않고 대통령의 손가락만 보고 있다.

장성은 어떨까.

풍환처럼 백성만 바라보며 재물과 권세 대신 義를 구하려는 인재는 있는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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