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전 정철환 예총장성지회장, 취임기념전 성황리 마무리
남전 정철환 예총장성지회장, 취임기념전 성황리 마무리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4.03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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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고희 서화전에서 예술 혼 발휘

한자 서예와 사군자, 정통 서화예술 선보여 노익장 과시

 

<눈길을 걸을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나의 행적이 훗날 타인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서산대사의 시로 알려진 한시 작품의 가르침처럼 고희를 넘겨 전시회를 가진 원로 서예가의 삶이 긴 울림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월 대의원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된 정철환(73) 한국예총 장성지회장.

자신의 예총회장 취임을 기념하여 지난 2월 23일부터 28일까지 장성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회를 끝내고 3월 6일부터 30일까지 장성역 앞에 있는 ‘우리동네 미술관’에서 연이어 자신의 서화전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정 회장의 서화전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의미심장한 격언을 실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일평생을 바쁜 직장인으로 활동하며 서화예술을 삶의 동반자로 삼았으며, 직장을 퇴직하고 고향에 돌아와서도 축산인으로 고향을 지키며 여전히 예술의 향기를 불태우는 주경야독의 예술인이었다. 그런 만큼 출품작의 글자 한 획 한 획에 삶의 의미와 인생의 여유, 향학열, 그리고 연륜의 후덕함이 함축돼 있다.

“서리 내린 가을,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를 그리면서 참 애 먹었습니다. 늦가을 고목에 몇 개 달려있는 붉은 감을 그리기가 쉽지 않더란 말입니다. 죽을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더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고 예술 아닌가 생각됩니다”

작품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정 회장의 표정에는 그윽한 경지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완숙미가 스며있다. 3년 전 고희를 맞아 개인전을 열 계획이었는데 예상 못했던 코로나가 겹쳐 이제야 전시회를 마련하게 됐다.

정 회장이 서예를 접한 것은 90년, 목포축협 연동지점장으로 있을 때부터였다. 근무지 바로 옆에 있던 서예학원에서 여유시간을 보내기 위해 붓을 들었는데 이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서예와 사군자에 붙잡혀 있다.

직장을 퇴직하고 2008년 탯자리인 남면 월정리에 월곡농장을 열고 소를 벗삼아 축산인으로 살면서도 매주 붓 끈을 놓지 않았다. 때마침 장성문화원에서 정통 한자서예강좌를 열고 있던 송남 양정태(87) 선생과 옥포 이용선 선생의 문인화 가르침을 받기 시작, 예순을 넘기면서 매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수업에 열중하는 등 온 힘을 기울여 청출어람의 경지에 접근했다. 정통 서도인들의 법도는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로 엄하고 혹독한 것이어서 중도에 여러 차례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많았다.

“선생님으로부터 작품의 미흡한 부분에 지적을 받을 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 과정을 지내고 보니 마치 누에가 허물을 벗듯 한 단계씩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희를 훌쩍 넘긴 완숙한 예술감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회는 ‘예술을 삶처럼 붙들고, 삶을 예술처럼 실행해온 인간 정철환’의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날렵하면서 물 흐름처럼 유연하고, 대나무처럼 강직함이 그대로 녹아있다. 국전 출품작을 비롯, 전남도전, 광주시전, 무등미술대전, 한국서도협회전 등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망라해 선보였다.

특히 책자로 발간된 그의 예술작품 도록인 ‘남전 정철환 서화집 – 예와 서의 만남’은 출품작에 담긴 한자나 서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과 유래, 출전을 156쪽이 소개하고 있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정 회장은 굴곡진 삶을 살면서도 형제간에 우애와 효친에 남다른 모범을 보였다. 인천에서 출향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입지를 굳힌 큰 형님 정명환 회장과 형제들이 뜻을 모아 3년 연속 장성군에 장학금 1천만원씩을 기탁하는 신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남면 월곡리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는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단란한 가정을 보냈으나 선친이 일찍 작고, 우여곡절의 삶을 살면서도 형제애와 고향에 대한 보은의 정을 잊지 않았다.

못 다한 학업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나이 40이 넘어 야간 대학에 진학했다. 일평생 축협에 재직하면서도 배움의 꿈을 놓지 않고, 마침내 남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서화 개인전을 열기에 이르렀다.

51년 장성 남면 월정리 태생으로 분향초, 장성중을 졸업했고 축산농협에서 34년 근무하고 2009년 장성축협 전무로 퇴임했다. 전라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도 장성축협 이사와 장성문화원 이사 등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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