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군 북이면 ‘루몽드수목원’...주말 800여 명 전국적 인기몰이
장성군 북이면 ‘루몽드수목원’...주말 800여 명 전국적 인기몰이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6.1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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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대한민국 100호 민간정원, 지금은 수국천지다 오버”

온 가족 20여 년 공들인 땀의 흔적...카페·버닝공방서 힐링 만끽

“외지 관광버스 문의에 답답, 도로 넓혀줬으면” 지자체 배려 시급
한국의 민간정원 100호로 등록된 루몽드수목원을 돌보고 있는 딸(정혜운)과 아버지(정영환). 가꾸는 주인은 가족이었지만 앞으로 즐기는 주인은 관광객과 지역민이 될 전망이다.
한국의 민간정원 100호로 등록된 루몽드수목원을 돌보고 있는 딸(정혜운)과 아버지(정영환). 가꾸는 주인은 가족이었지만 앞으로 즐기는 주인은 관광객과 지역민이 될 전망이다.

사람들은 푸른 수목이 우거지고 형형색색 꽃들이 사철 피어나는 아늑한 정원을 꿈꾼다. 모두들 그림 같은 풍경을 꿈꾸지만 상상에 그칠 뿐, 다른 사람이 가꾼 정원에서 그 향취를 느낀다.

정원에는 치밀한 꿈과 정성, 인고의 세월과 재원이 들어간다. 4가지 중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요소들이 날줄과 씨줄로 엮여 빚어낸 결과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류광수, 약칭 한수정)은 전국의 정원을 대상으로 빼어난 정원을 찾아내 번호를 붙여주고 있다. 이름 하여 민간정원 등록제도다.

마침내 장성에도 정부가 공인한 첫 민간정원이 탄생했다. 장성군 북이면 방장로 917-34(북이면 신평리 91-1)에 위치한 ‘루몽드수목원’이 그곳이다. 한수정의 100번째 민간정원, 전남에서는 23번째 민간정원으로 등록됐다.

“루몽드 수목원이 이제 한국의 공인된 민간정원으로 인정받은 만큼 국내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명품 정원이라는 소리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정진이(34) 수목원장은 수목원의 총책임자라는 위치가 아직은 어설프고 수줍은 젊은 청춘이다. 하지만 정성을 들여 가꿔 누구나 한 번쯤 까봐야 할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겠다는 꿈이 가득하다.

김 원장의 꿈은 온 가족의 염원이기도 하다.

루몽드수목원 안 카페
루몽드수목원 안 카페

루몽드 수목원은 20여 년 동안 수목원을 가꿔온 아빠 정영환(61)씨의 땀과 수목원 안에서 우드버닝예술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엄마 정희순(60) 대표, 카페 루몽드917을 운영하는 바리스타 동생 정혜운(26), 그리고 캐나다 유학까지 가서 영어공부와 식물공부를 하고 돌아온 정 수목원장이 하나로 어울려 오케스트라를 올리기 위한 협주 무대이기 때문이다.

루몽드는 장성군 진원면 학전리가 고향인 정영환 씨가 약 20년 전부터 미래를 위해 임야를 개척한 결실이다. 이곳에 버려진 임야를 조금씩 사들여 좋아하던 소나무를 심으며 하나둘 씩 다른 식물과 꽃들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1만2천여 평에 달하는 수목원을 이뤘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비롯해 동백, 단풍나무 등 나무류와 수국과 영산홍 등 관목 화초류 200여 종이 가득하다. 지금은 수국과 송엽국이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토양에 따라 각양각색의 꽃을 피우는 수국은 그 무더기로 피어나는데다 푸른빛이 감도는 청초함 때문에 포토존으로 인기 절정이다.

루몽드수목원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힐링공간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는 점이다.

정원 입구에 우람한 건물로 이뤄진 루몽드917카페는 3층 높이의 확 트인 실내공간과 투명유리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구조물이 시원함을 주고 있으며 갓 구워낸 빵과 커피 등의 로스터리와 디저트를 즐기기에 안성마춤이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혜운씨는 수년전부터 전문가 수업을 마치고 전국의 유명 카페를 다니며 벤치마킹을 하여 자신만의 노하우를 익힌 베테랑 바리스타다.

루몽드수목원 안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나무풍경협동조합 체험공방이다. 정희순 대표가 운영하는 목재 우드버닝 현장으로 나무 목판에 글씨나 사진을 새길 수 있는 체험장이다. 카페와 같은 건물이 있지만 무한한 상상력이 뛰노는 또 다른 독립공간이다. 이 곳에는 깔끔한 목판지와 그림을 새기는 버닝펜, 그리고 추억과 사랑, 열정이 가득하다. 처음 이곳을 찾는 초보자들도 조금만 지도를 받으면 명언, 명시나 가훈을 새길 수 있다.

루몽드수목원이 한국 100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되고 사람이 자주 찾는 곳으로 변한 만큼 할 일도 많고 걱정거리도 많아졌다.

지난 5월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뒤 요즘 주말 평균 700~800명 씩의 이용객이 찾아온다. 평일 하루에도 200~300명이 보통이다. 그러다보니 차량진입로와 주차장, 식당 등의 먹을거리 시설이 자주 거론된다.

20년 동안 이곳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가꿔온 정영환 씨는 “지금까지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만 관광버스회사에서 이곳을 찾아오려고 주차편의를 물어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외지에서 관광버스로 오는 손님들이 많아야 장성에 돈을 쓰고 갈 수 있는데 대책이 시급 합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루몽드수목원이 고속도로 백양사 IC에서 1km도 안되는 곳에 위치해 있어 가깝지만 주 통행로에서 수목원까지 1백여m를 진입하는 도로는 버스 한 대가 나타나면 다른 차들은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된다.

다른 지자체는 이 같은 명물이 생기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기반시설을 다 제공하며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장성군이 이웃 담양군에 돈 쓰는 관광객을 다 뺏긴다는 지적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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