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특별기고
  • 장성투데이
  • 승인 2018.06.19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 헤는 밤

선거가 치러지는 곳곳마다
열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찍을 사람을 찾아
벽보속의 면면을 다 살펴보았습니다.

공약 속에 헛공약 거짓부렁 말을
이루 다 못 밝힌 것은
너무 달콤한 꾐에 빠짐이요,
한낱 정에 끌린 때문이요,
차마 얽힌 인연을 다 끊지 못한 까닭입니다.

표 하나에 눈물과
표 하나에 웃음과
표 하나에 간절함과
표 하나에 운명과
표 하나에 삶과
표 하나에 여러분, 여러분, 여러분, 나는 표 하나에 웃고 울며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운동할 때 표밭을 함께 갈던 참모들의 이름과, 일가친척 사둔 네 팔촌까지 이런 혈연血緣들의 이름과, 벌써 옛날이 된 학교 학연學緣들의 이름과 후원금을 보내준 지연地緣들의 이름과, 너구리, 원숭이, 괭이, 박쥐, 철새, ‘sns’, ‘리서치 갤럽’ 이런 익숙한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꿩이 콩밭에만 맘 있듯, 당선자, 그리고 낙선자 우린 오월동주吳越同舟입니다.

나는 꿈속에서 꿈꾸며
그 숱한 사람이 찍은 투표지에
눈 부릅뜨고 내 이름 찾다가 차마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실은, 내게 찍힌 표가 적어서
부끄럽고 창피해 볼 수 없는 까닭입니다.

먼 훗날 ‘헛되고 헛되어 모두 헛되다’
철이 들면
두 번 다시 선거 출마할 생각을 접고
나 죽어서 눈에 흙이 덮일 때
구름처럼 둥둥 떠다닐 게외다.

주) : 2018년 6.13 지방선거를 바라보며
윤동주(尹東柱 1917∼1945) 시
‘별 헤는 밤’ 패러디

장성군지방행정동우회상임고문 시인
소천笑泉 김재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