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성수 전 전남도의원
[특별기고] 유성수 전 전남도의원
  • 장성투데이
  • 승인 2023.06.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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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농업

어렸을 적엔 간혹 들려오던 기상변화로 인한 농가피해가 이제는 빈번하리만큼 자주 메스컴에 오르내립니다. 6월 초순에 강원도에서는 우박이 떨어져 하우스농가와 과수농가에 피해를 입혔다고 하고, 6월 중순에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가의 피해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사를 짓는 일은 기상여건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사시사철 때에 따라 알맞은 비와 햇빛과 바람이 없으면 농사는 지고지난한 일이 되고 맙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절기’에 따라 농업 활동을 이어왔으나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환경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해 농업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기상조건이 농업의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된 배경은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대다수 과학자들은 18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증가한 이산화탄소 탓에 발생하게 된 온실가스가 지구의 평균 기온을 가파르게 오르게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표면의 온도상승은 해수와 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쳐 강수의 양과 패턴을 변화시킵니다. 이에 따라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를 기후변화라고 부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에는 가뭄, 홍수, 태풍, 폭염, 한파 등이 있고 이는 모두 인류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입니다. 기상이변은 인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감소, 건강악화, 식량생산 감소 등을 초래합니다. 또한 수온 증가에 따른 바닷물 팽창으로 예상되는 해수면 상승 또한 많은 국가들의 생존기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화학 비료,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계화 농업, 그리고 산업화된 관행농업에 의해 생산된 농산품들의 이동 과정 등을 통해 기후위기를 야기한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배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2019년 보고서에 의하면,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에서 식량 생산과 소비로 인한 비중이 무려 4분의 1(23%)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결국 농업은 환경오염의 최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농업은 물, 햇빛,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생산하며, 그 부산물로 산소를 배출하는 특별한 생산활동입니다. 농업은 무기물을 원료로 생산하고 재생산 없이 소비과정에서 끝나는 과정이 아닙니다. 농업은 재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농산물과 그 부산물 등 고체형태로 묶어 두는 활동으로 오히려 온실가스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식물이 호흡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있지만 총량으로 볼 때,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훨씬 많습니다. 전체 배출과 흡수량을 따져 봤을 때, 농지에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삼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그렇기에 농업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메카니즘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산업화된 관행농업’을 극복하고 ‘자연의 순환 원리를 존중하는 생명농업’으로의 전환을 이뤄야 합니다. 산업화된 관행농업이란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높이는 화석연료의 소비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농업입니다. 현대의 산업농업은 자연적인 순환 고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산업화된 현대의 관행농업은 대체로 대규모 농지에서 대형 농기계와 기술집약적 시설 등 고정자산을 사용해 대량으로 농산물을 생산, 가공, 공급합니다. 이와 반대로 자연의 순환 원리를 지키는 농업은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이는 농업입니다. 화석연료를 재료로 만들어지는 농약과 비료를 줄이거나 사용하지 않는 농업입니다.

장성군은 이러한 생명농업의 전통을 오랫동안 이어왔습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하는 공생의 공동체를 유지해왔습니다. 그 흐름이 로컬푸드로, 친환경농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내지는 기후위기라는 커다란 위기 속에서 장성군의 농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그간 다져온 생명농업의 전통, 공생의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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