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대한민국은 무엇이고, 자유 대한민국은 또 무엇인가?
[편집국 칼럼] 대한민국은 무엇이고, 자유 대한민국은 또 무엇인가?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7.03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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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총연맹에서 휘저은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69주년을 맞은 기념식 축사에서 나온 발언이 나라를 색깔 논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쩌면 우리 국민이 한동안 휘감기는 빨래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헤엄쳐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사흘 전 우리는 6.25한국전쟁 73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전쟁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대통령이 또다시 전쟁의 추억을 떠 올리게 만들었다.

이날 대통령의 축사를 여과 없이 살펴보자

“현재 우리는 많은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또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뜨거운 사랑을 가진 여러분께서 이 나라를 지켜내야 합니다.”

돈과 출세 때문에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아직도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는 얘기 아닌가. 그 사람들이 필시 보통 국민들은 아닐 테고 정치인들이나 지도자 계층일 텐데, 그 세력들이 누구라는 말인가. 현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 그리고 전 정권 등을 지칭하는 것이 분명한데 과연 합당한 발언인가.

또 상해 임시정부로부터 광복 이후 헌법정신을 통해 정통성을 이어오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디 두고, 무슨 자유 대한민국을 그토록 목청 돋워 연호하는 것인가?

참으로 해괴한 논리를 쏟아내고 있는 대통령의 연설이다.

조금 더 들어보자.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 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었습니다.”

이 주장은 마치 휴전 중인 한반도가 냉전 대치상태를 유지하며 서로 총질하기를 바라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북한이 남침하면 그대로 나라를 헌납하려는 반국가 세력들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 세력은 체제전복을 기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옳은 판단인가.

이런 발언 들은 문재인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으로 참으로 위험천만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국제사회에 한국전쟁의 종전을 고함으로써 남북냉전체제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 평화와 통일의 물꼬를 터 보자는 발상에 정면 반기를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류 전쟁사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와 전쟁을 일으켜 승리하려면 국력이 3배가 돼야 한다고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국력과 문화력을 가진 나라다. 북한이 다소 엉뚱한 면이 있는 체제이긴 하지만 그런 나라가 침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제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에게 수능 시험으로 역사문제를 출제하고 싶다.

“우리 역사 속에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가 있었다. 이들은 한 때 평화롭게 문물도 교류했지만 한 때는 전쟁도 잦았다. 세 나라 중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이 정통성을 잇는 국가일까?”

대통령은 뭐라고 답할까?

답을 듣기 전에 하나만 추가로 질문하자.

“삼국시대 이후 1500년이 지난 뒤 한반도가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돼 대립하고 있는데 북한은 남의 나라입니까, 우리나라입니까?”

진정, 북한은 남의 나라인가? 북한 땅, 북한 주민들은 오랑케족 사람들인가?

남과 북은 모두가 지켜내야 할 강토, 서로 얼싸 안아야 할 동포 아닌가. 하루빨리 통일 국가를 이뤄 열강 대국으로 진입, 호시탐탐 노리는 외세에 당당히 맞서야 할 일 아닌가.

초등학생들도 알 만한 질문인데 오직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만은 정답을 모르는 사람 같다.

참으로 알 수 없는 대통령의 국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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