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天下爲公 “천하가 한 사람이 아닌, 천하의 것인 세상을 꿈꾼다”
[편집국 칼럼] 天下爲公 “천하가 한 사람이 아닌, 천하의 것인 세상을 꿈꾼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7.10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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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쪽으로 나눠진 중국과 대만에서 모두 숭앙받는 한 분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범 김구 선생 같은 분인데, 바로 국부로 일컫는 중산 손문(孫文, 1866~1925)선생이다.

손문은 썩어빠진 청나라를 무너뜨린 신해혁명 이끌며 중국 최초의 공화정인 중화민국을 수립한 정치인이자 개혁가, 사상가, 문학가이다. 당시 권력 다툼의 양극을 이뤘던 국민당과 공산당이 화합하도록 하고 부국강병을 통해 외세 추방을 외침으로써 국민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손문이 세상에 남긴 대표 모토가 바로 ‘대도지행 천하위공(大道之行 天下爲公)’이란 글이다. 줄여서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 했다. 직역하면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는 공동의 것, 모두의 것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천하는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고 해석된다.

중국 강소성 남경에 위치한 손문의 묘에도, 광동성 광주에 있는 중산기념당에도, 손문과 관계있는 곳이나 기념물에는 반드시 ‘천하위공(天下爲公)’이란 글이 하늘 높이 걸려있다. 심지어 미국 차이나타운의 한 복판에도 천하위공 글씨탑이 있다. 중국의 품격 있는 가정에는 손문의 직인이 찍힌 천하위공 액자가 걸려 있다.

손문은 오늘날에도 중국 어느 곳에서든, 어느 중국인의 가슴에서든 “천하는 만민(萬民)의 것이고, 천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고 외치고 있다.

우연인지 몰라도 백범 김구 선생이 남긴 ‘천하위공’ 휘호도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손문과 같이 백범 선생도 조선 5백년 이씨 왕조의 전유물이었던 사슬을 끊고 천하가 모든 사람의 것으로 돌아오는 민주공화국의 꿈을 담았기 때문이리라.

천하위공은 예기(禮記) 〈예운(禮運)〉편 2절에 나오는 글로 알려진다. 2천 년 전에 이런 생각과 글이 있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대도(大道)가 행해진 때는 어떠했는가. 현명한 사람과 유능한 사람을 선발했고, 신의를 강구하며 친목을 다졌다. 이 때문에 자신의 부모만 부모로 여기지 않았고 자신의 자식만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다. 재물이 땅에 굴러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재물이 있다면 꼭 자신에게 사사로이 가둬두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까닭에 모략은 중지됐고 도적이나 난적도 생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바깥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으니 이를 일러 대동(大同)이라 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대동세상의 출현을 이렇게 꿈꿨다.

예나 지금이나 난세에는 영웅이 나오고 목숨을 건 신하들이 나타난다.

2천 년 전 한 무제는 나라를 방만하게 운영해 재정이 바닥나고 외척 세력들과 간신들이 날뛰는 세상을 초래했다. 한 무제를 이은 황제들도 무능하고 황음무도한 세상을 즐겨 나라가 서서히 외척인 왕씨 세력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이를 보고 참을 수 없었던 강직한 신하 포선(鮑宣)이 입을 연다.

“대저 관직은 폐하의 관직이 아니라 천하의 관직입니다. 폐하께서 관직에 맞지 않는 사람을 선택하면 그 관직은 그 사람에게 맞지 않게 됩니다. 그러고도 하늘이 기뻐하고 백성이 복종하기를 바라십니까?”라고 직간했다.

목을 내건 직간이었다. 쾌락에만 빠져있는 황제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말하는 신하의 목이 온전하리라 믿지 않았을 터이다.

천하의 문제를 다루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바로 정치이다. 정치가 바로 서야 민생이 안정되고 민심이 넉넉해지며, 천하가 태평해진다.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잠룡들이 야망의 날개를 편다. 아직은 멀리 있는 별이지만 별에 닿기를 원한다.

하지만 야심만으로 꿈을 이룰 수는 없다. 서 있는 위치를 먼저 알아야 하고 백성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가마꾼의 탄식’이란 뜻의 <견여탄(肩輿歎)>이란 시를 가슴에 새겨야 할 때이다.

“人知坐輿樂 不識肩輿苦(인지좌여락 불식견여고)”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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