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쓰러진 오동촌 보호수 서울 가구업자에 팔려
폭우에 쓰러진 오동촌 보호수 서울 가구업자에 팔려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7.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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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서 다시 태어나라 느티나무야”

주민들 “안타깝지만 새 생명으로 태어나 사랑받기를”
지난 폭우로 쓰러진 마을 보호수 느티나무가 누정 한 켠에 잘리운 채 누워있다.
지난 폭우로 쓰러진 마을 보호수 느티나무가 누정 한 켠에 잘리운 채 누워있다.

지난 13일 쏟아진 집중 호우로 허무하게 쓰러진 장성읍 오동촌 느티나무 보호수(장성군 보호수 지정번호 117호)가 서울의 한 가구 업자에게 팔려 새로운 모습으로 되살아나게 됐다.

수령 360년으로 추정되는 이 느티나무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보호수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으나 다시 고급 원목 가구로 태어날 수 있게 됐다.

느티나무 목재는 노란빛을 띤 갈색 문양이 아름답고 잘 썩지도 않으며 마찰과 충격에 강해 고급 식탁과 회의용 가구, 도마 등에 널리 애용되고 있는 목재다.

도로 통행 위험 때문에 5~6개 마디로 잘려 있는 오동촌 보호수는 밑둥 둘레가 약 5m에 달하고 뿌리가 널리 퍼져 있어 상품가치가 최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몸통 부분은 가운데가 비어 있어 원목 가구용으로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민들은 이 나무를 두고 고민하다가 폐목으로 처리하기보다 좀 더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영천1리 오동촌 마을 김서호 이장은 “가격은 말하기 곤란하다. 다만 마을의 소중한 자산이었으니까 마을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장은 “느티나무 뿌리까지 파낸 뒤 주민의 뜻을 모아 올 가을에 그 자리에 새로운 나무를 심으려 한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때마침 마을 누정에서 어르신들끼리 민화투 놀이를 하던 한 할머니는 “어릴적부터 이 자리에서 당산굿을 지켜보며 소원을 빌곤 했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며 평생 우리와 같이 있어 줄 줄 알았는데 먼저 가버려 서운하다”며 아쉬움을 달래고 느티나무가 좋은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원했다.

한편 보호수가 사라지자 장성군은 지난 17일 자로 보호수 해제고시를 공고했는데 절차에 따라 특별한 이의가 없으면 10일 뒤인 28일자로 보호수 지정을 해제할 예정이다. 지정을 해제하면 장성군 제117호 보호수는 영구 결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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