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멘트, 31일 장성공장 폐업...61년 산업현장 역사 속으로!
고려시멘트, 31일 장성공장 폐업...61년 산업현장 역사 속으로!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7.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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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 "아쉽지만 상생할 공간으로 재탄생 기대"

회사, "누가, 어떻게 개발될 지 모든게 미결정"
이곳은 1450도의 열기로 시멘트가 작은 덩어리로 구워지는 회전하는 길이 70m의 소성로다. 50m 떨어진 곳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진다. ‘고온경고’장을 붙여 일반인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곳은 1450도의 열기로 시멘트가 작은 덩어리로 구워지는 회전하는 길이 70m의 소성로다. 50m 떨어진 곳에서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진다. ‘고온경고’장을 붙여 일반인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주)고려시멘트가 61년 동안 장성 산업의 산파역을 마치고 마침내 7월 31일자로 문을 닫는다.

이로써 반세기 넘게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고려시멘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와 동시에 반세기 동안이 숙원이던 장성관문 부근의 새로운 변모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7일 고려시멘트 관계자에 따르면, 고려시멘트는 7월 말 일자로 공장을 폐쇄한다. 이미 제조된 시멘트 반제품 출하작업은 9월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생산에 종사하는 78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대부분의 관리직과 고위 직원들도 퇴사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잔업에 필요한 인력은 일용직 형태로 충당할 예정이다.

동시에 목포 대불산단에 건설을 완료한 목포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목포공장은 부지 7,500평에 대부분 자동화로 이뤄졌다. 장성 고려시멘트는 석회석을 채굴해 시멘트를 만드는 방식이었으나 목포공장은 반제품 시멘트를 원료로 구입해서 완제품 시멘트를 만드는 방식이어서 사원이 장성의 10분의 1정도면 된다.

장성 고려시멘트 퇴사 사원들 가운데는 목포 대불산단의 고려시멘트 회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력이 필요 없어 신규 사원으로 인정되고 급여도 지금보다 훨씬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퇴사 직원들의 약 3분의 1은 장성에 거주하고 있다.

어찌됐건 고려시멘트의 공장 폐쇄에 대해 지역민들은 아쉽지만 환영의 뜻을 보내고 있다. 반세기 넘게 대기오염 문제와 땅꺼짐 현상, 비산 먼지, 분주한 트럭 위험성 등 환경문제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던 고려시멘트가 막을 내린데 대해 ‘이제는 더 쾌적한 동네’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고려시멘트가 앞으로 개발될 부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역과 상생하는 자세로 임해주길 당부하고 있다.

고려시멘트가 처음에 시멘트를 생산했던 남일광산 흔적이다. 당시엔 채굴성이 좋았다고 알려진다. 공장 내부에서 회사촌 방면으로 돌아 나가던 곳에 위치한다.
고려시멘트가 처음에 시멘트를 생산했던 남일광산 흔적이다. 당시엔 채굴성이 좋았다고 알려진다. 공장 내부에서 회사촌 방면으로 돌아 나가던 곳에 위치한다.

㈜고려시멘트 장성공장의 미래는?

고려시멘트는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이 떠난다고 해서 당장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본사 사무실도 현재 그대로 장성에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27일 고려시멘트 부사장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홍기범 부사장은 “고려시멘트 미래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을 갖고 하나씩 정리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우선은 공장 주변 정리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방면에서 접촉이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장성군민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부지 개발에 대해서는 어떤 외부와도 협의가 이뤄진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광산 지하동굴에 대해서도 복구 절차를 거쳐 개발할 것인지, 매각할 것인지 기부채납 할 것인지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50km에 달하는 지하 석회석동굴 활용 문제 역시 복구 계획과 함께 여러 조건이 뒤따르게 돼 있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하동굴은 붕괴 위험 뿐 아니라 지하수 유입과 생성 등이 해결돼야하고 개발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다.

장성군과 기부채납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전해지지만 진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려 측은 우선 공장 주변 정리가 끝난 뒤에 부지 활용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당분간 부지 정리와 복구, 철거 등에 힘을 모을 방침이다. 하지만 엄청난 지상 구조물이 있는데다 광산지역이라 철저한 복구 계획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예상된다.

건설 전문가에 따르면 복구계획 수립과 철거문제의 인허가 등에 최소 1~2년 정도 걸리며 복구 실행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복구비용도 수십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완전 철거보다 소성로와 사일로 등의 시멘트 생산 시설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격동기 산업 현장으로서의 가치가 있어 보존과 재개발 등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신중한 방법론을 제기하고 있다.

‘땀 흘려서 일한 보람 생산증대 기업번영’. 마치 70년대식 오직 생산 증가를 독려하던 구호가 지금도 내부 차량통행로에 걸려있어 근대화 산업 역군의 현장을 실감케 하고 있다.
‘땀 흘려서 일한 보람 생산증대 기업번영’. 마치 70년대식 오직 생산 증가를 독려하던 구호가 지금도 내부 차량통행로에 걸려있어 근대화 산업 역군의 현장을 실감케 하고 있다.

<뒤돌아본 고려시멘트 61년 역사>

1962년 조선대가 설립, 95년 부도로 유진그룹=>강동그룹 주인 바꿔

1962년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 회사명이 서울시멘트제조(주)였다. 타지에서 시멘트 원료를 사들여와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차관을 도입, 1970년에 고려시멘트제조(주)로 바꾸고 73년에 채굴한 시멘트를 2차로 구워내는 소성로를 갖추고 정상적인 시멘트제조회사의 면모를 구비한다.

고려시멘트 제조주식회사는 한국이 한창 근대화 가도를 달리기 시작할 때 반드시 필요한 시멘트를 호남권과 전국 공사현장에 신속히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것도 당시 최대 재력가로 알려진 조선대학교 박철웅 총장 일가에서 일으킨 기업이라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잘 나가던 고려시멘트가 무리한 영업확장과 경영마인드 부족으로 1995년 당시 호남 기업 사상 최대 액수인 1조원의 부도를 맞으면서 채권자들과 법원으로부터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판단 받아 법정관리체제에 들어가 7년 만인 2002년에 정상 기업으로 되돌아온다.

2004년에는 유진그룹이 인수, 경영권을 행사했으나 8년 만인 2012년 지금의 강동그룹이 다시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고려시멘트 장성공장의 채광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대에 맞는 시멘트 생산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0여 년 전부터 목포 대불산단으로 주력 생산기지를 모색해왔다. 이 부지는 다른 기업에 매각되거나 컨소시엄 형태의 개발이 예상되고 아파트 건립 등 다양한 방향으로 변모할 운명이다.

고려시멘트는 장성에서 탄생한 지 61년, IMF 체제인 1997년 무렵엔 5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할 정도로 대기업이자 장성 최고의 기업이었으나 회갑의 나이를 맞아 이제는 한 시대의 영욕의 현장으로 사라지게 됐다.

아쉬움을 접고 새로운 장성 발전의 요람이 되기를 기원한다.

지난 6월, 공장 폐쇄 소식에 거리로 뛰쳐나온 노동자들이 "우리는 일하고 싶다"며 장성군청 앞에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월, 공장 폐쇄 소식에 거리로 뛰쳐나온 노동자들이 "우리는 일하고 싶다"며 장성군청 앞에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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