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전남에서 최고 예쁜정원, 진원면 안병옥·지덕순 부부 정원
여기가 전남에서 최고 예쁜정원, 진원면 안병옥·지덕순 부부 정원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8.21 13:1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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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진원면 율곡리 영신마을 “예쁜 정원엔 부부의 끝없는 나무 사랑이 있었다!”

21년 동안 ‘자연인이다’ 꿈꾸며 색채의 수채화 만들어 '2023년 전남 예쁜 정원' 수상
광주에서 못재터널을 넘기 직전, 장성군 진원면 영신마을에는 ‘전라남도 올해의 예쁜 정원’ 장원을 차지한 ‘초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안병옥 교수가 21년 동안 조성한 땀의 대가다.
광주에서 못재터널을 넘기 직전, 장성군 진원면 영신마을에는 ‘전라남도 올해의 예쁜 정원’ 장원을 차지한 ‘초원’이 자리 잡고 있다. 안병옥 교수가 21년 동안 조성한 땀의 대가다.

부부의 정원은 바다 한 가운데 작은 섬이었다.

녹색 파도가 출렁이고 고래 같은 소나무가 물 위로 숨을 쉬며, 무수한 프랑크톤 같은 잔디가 물결 따라 흔들리고 있다. 누가 봐도 바다 위 녹색의 섬이다. 그 바다에서 사시사철 온갖 꽃이 피고 겨울에는 소나무 가지 위에 하얀 눈꽃이 얹힌다.

못재 터널 올라가기 직전, 장성군 진원면 영신 2길 68-6에 주소를 둔 영신마을 어귀에 자리잡은 예쁜 정원 ‘초원’은 분명 우리 산수화 병풍이었다.

그림의 설계자 겸 감독자는 안병옥(73).지덕순(73) 부부다. 부부가 이 정원을 완성하는데 올해까지 꼬박 21년이 걸렸다.

아직도 미완성이지만 이곳은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쳐대는 사람들에게는 깊은 산골짜기 천국이고,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낙원이며, 귀향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포근한 고향이다.

‘초원’의 두 주인공 안병옥, 지덕순 부부의 정원 예찬에는 언제나 웃음이 가득하다. 사람이 없으면 나무와 대화를 한다.
‘초원’의 두 주인공 안병옥, 지덕순 부부의 정원 예찬에는 언제나 웃음이 가득하다. 사람이 없으면 나무와 대화를 한다.

어찌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게 됐을까?

시작은 안병옥 전 조선이공대 교수(사진학과)가 전 직장인 KT&G(담배인삼공사)를 다니던 50대 초반에 시작됐다.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즐기던 사진 실력이 대학생을 가르칠 수준에 이르자 아예 KT&G를 명예퇴직하고 조선이공대 사진학과로 전직했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들고 명작의 현장을 찾아 산천을 헤매기 시작했다. 자연을 동경하다 마침내 자연 속으로 들어갈 꿈을 꾸게 됐다. 정들었던 회색도시 광주를 떠나 녹색 도시 장성 영신마을로 생활 근거지를 선택했다. 퇴직금을 툭툭 털어 600평의 땅을 산 것이다. 불태산이 서남쪽으로 흘러 내려온 남향인데다 못재 터널이 언덕이라서 인적도 한가해 전원 둥지로 안성마춤의 택지였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산 언덕배기 땅을 전원택지로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토목 설계를 다져나갔다. 계단식으로 만들되 툭 터진 바깥과 소통하기 위해 4곳에 진출입로를 구상했다. 정원수에 걸맞는 토양을 맞추기 위해 물빠짐이 적합한 마사토 250차를 쏟아부었다. 좋은 조경석을 조달하기 위해 강원도를 수없이 들락거렸다.

어느 정도 구색이 맞춰지자 이번에는 조경수 앉히기에 골몰했다.

600평에 맞는 바깥 둘레 조성, 진출입로, 내부 소공원을 구분했다. 동시에 바위와 나무의 거리 조정, 가운데 들어갈 소나무 높이, 키 작은 나무 폭을 세심히 안배했다. 면적 대비 나무가 차지하는 공간의 비율, 여백의 미, 나무 색상의 조화, 꽃 피는 시기와 평상시의 조율 등도 고려했다. 수없이 답사한 명품 정원을 기억하며 책으로 배우고, 상상한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어 나갔다.

정원 둘레에는 요즘 한창 뜨는 스카이로켓과 문그로우를 심고, 입구에는 손님을 맞이하는 유도 수목인 배롱나무, 안에는 우아한 자태의 소나무를 앉혔다. 한 가운데 정원에는 수양벚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곁에는 삼색버드나무가, 한쪽에는 열대우림의 파초와 칸나가 너울거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유럽풍의 팜파스와 무늬그라스가 춤을 춘다.

한마디로 모든 정원을 아래로는 땅, 중간층의 바람, 윗층의 하늘로 3등분하여 교목과 관목, 화초류를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 물결이 일렁이듯 자연스럽게 배치했다. 사진을 통해 익힌 구도와 색채의 조화를 살리고 여백의 미를 한껏 남겼다.

특히 정원 안에서는 주변과 밖을 맘껏 감상할 수 있지만 밖에서는 내부를 찬찬히 뜯어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조화가 눈길을 끈다.

예쁜 정원 ‘초원’의 겨울 풍경. 주인인 안 교수가 촬영한 지난해 설경 사진이다. 흰 겨울이지만 대지에 온기가 가득하다.
예쁜 정원 ‘초원’의 겨울 풍경. 주인인 안 교수가 촬영한 지난해 설경 사진이다. 흰 겨울이지만 대지에 온기가 가득하다.

“우리 정원이 최고 예쁜 정원이라고?”

‘초원’은 사방팔방이 세심하고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모든 게 그냥 이뤄질 리는 없죠. 꿈이 있고 설계가 있고 땀으로 적신 손길의 결과물이라고 봐야죠?”

초원의 주인답게 입가에 기쁨을 가든 담은 안 교수는 20년 세월 동안 나무 심고 가꾸기에 쏟았던 정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눈가에 머금은 잔잔한 미소는 20여년 세월을 푸르른 나무와 함께 살아온 생명의 징표였다.

“한껏 푸르름이 절정일 때 아침 창가로 은목서의 은은한 향기가 스며들어오면 곧 단풍이 올 것을 예감합니다. 국화와 구절초가 자태를 뽐낼 즈음이면 여름이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가 온 것이죠”

지덕순 여사의 정원 예찬이다. 지 여사는 정원에서 나무와 화초들과 숨을 같이 쉬며 산다는 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다. 삶이 그저 경이롭고 아름다울 뿐이란다.

생각지도 않게 2023년 전남의 최고 예쁜 정원에 뽑혔지만 원래 기대했던 것이 아니었다. 지난 5월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전남도에서 주최하는 예쁜 정원 콘테스트에 한번 나가보라”는 권유를 받고 부랴부랴 서류를 꾸며 제출했는데 심사위원단의 가장 큰 관심을 끌었고 현장 심사 결과 영광의 ‘대상’을 차지하게 됐다. 심사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20대부터 60대 연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이 소화할 수 있는 수목과 화초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최고 평점을 주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전라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에는 개인주택정원과 근린정원 등 59개 정원이 출품했다. 대상 덕분에 ‘초원’ 입구에는 <2023 전라남도 예쁜 정원 ‘대상’>이라는 간판이 걸렸다.

안 교수 부부에겐 언제나 할 일이 태산이다. 일주일만 손보지 않으면 세수 안한 아이처럼 무성하게 변하는 정원의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예쁜 정원으로 소문나면서 연일 예상치 않은 방문객이 쇄도해 일거리가 더 늘었다. 그래도 정원을 보기 위해 찾아오신 분들이 고맙다고 말한다.

“바쁠수록 즐거운 세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칠순을 맞은 부부가 웃음을 놓지 않는 비결을 말해주는 것 같다. /백형모 기자

‘초원’이 올해 전라남도 예쁜 정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입구에 방문을 환영한다는 기념 간판이 추가됐다.
‘초원’이 올해 전라남도 예쁜 정원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입구에 방문을 환영한다는 기념 간판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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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tnews 2023-08-23 17:27:27
<부락>이 일재 잔재라고 주장한 네티즌의 주장

"마을"과 "부락"에 대해
"부락"이란 말은 일본식표현입니다. 원래 倭의 최하층 천민으로 분류되던 애타, 즉 부라쿠(部落)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우리를 비하하려는 왜인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을 천민시하려는데서 사용된 것입니다...그래서, 요즘은 많이 고쳐 사용하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아직도 "부락"이라면서 자신을 천민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jstnews 2023-08-23 17:23:31
<부락>이 우리말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의 주장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部落(부락)이 한자어라고 단정하고
마을이란 말로 순화하여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만,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부분입니다.
(국어사전에서도 部落이 일본식 표현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모여사는 곳을 일컫는 말은 많이 있습니다.
"마을, 고을, 동네, 부리, 부락, 실, 담(땀/뜸), 달, 다리"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말들은 모두 우리말이며, 의미상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jstnews 2023-08-23 17:22:23
이번호 기사의 '전남의 예쁜정원' 기사 가운데 사용된 '부락'이란 용어에 대해 일제의 잔재라는 지적이 있어 '마을'이란 용어로 대체합니다.
독자님들의 큰 관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일제의 잔재라면 당연히 청산해야겠지요.
그런데 정확한 이론이나 논문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찾아보니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과 '우리말'이라는 주장이 존재하군요.
진실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성투데이 편집국장 백형모 올림
-참고로 찾아본 양측 주장을 올려드리겠습니다_

자운영 2023-08-23 04:55:10
혹시 나이 많으신 기자님은 아니신지?
어찌 잘쓰지도않는 부락이라는 단어를 찾아쓰는지
아직도 일제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듯 합니다.

박해순 2023-08-22 22:17:53
교수님과사모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나무와꽃들을가꾸는것은
자식을키우는것과같을것이라는
생각이들고
풀과의전쟁이라는것을 잘알고있답니다
"아름다운인생정원"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