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그렇게 남의 일이 알고 싶을까?"
[편집국 칼럼] "그렇게 남의 일이 알고 싶을까?"
  • 장성투데이
  • 승인 2023.08.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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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소질이 풍부하던 16살의 소년이 희곡을 공부하다 같은 학교에 재직중인 39세의 여 교사와 사랑에 빠진다. 여 교사는 남편이 있었고 자녀를 셋이나 둔 상태였다. 소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선생님과 결혼할 겁니다”라고 약속한 뒤 사랑의 끈을 이어갔고 여 교사는 소년과 사랑에 빠진 뒤 남편과는 별거를 시작했다. 여 교사는 이렇게 16년을 보내다 이혼했고 이혼 1년 뒤에 그 소년과 결혼했다. 소꿉장난 사랑을 나눈 뒤 17년 만이었다.

어찌 보면 ‘미쳐도 한참 미친 짓’이다. SNS 세상에서는 만인의 먹잇감이 되는 일이다.

여 교사는 가족, 친구들은 물론 먼 조상 내력까지도 까발릴 대로 발려지고 날마다 일거수일투족이 거울처럼 드러나보여 숨도 못 쉬고 죽을 판이다. ‘남편은 어떤 인간이기에 이런 인간쓰레기들을 가만 두냐’고 두들겨 맞아 쥐구멍도 못 찾을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소설이 아니고 완전한 실화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는 계속된다.

소년은 열심히 노력하여 36세에 정부 요직인 경제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러자 23세 차이의 부인이 화제에 오르고 언론이 전 남편 근황을 추적했으나 어떤 내용도 알려지지 않았다.

소설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던 소년은 2017년 39세의 나이에 선거를 통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다. 국민들은 ‘23살차이’의 학생과 여교사의 연애 스토리를 알고도 신선한 한표를 던졌다. 그리고 5년 뒤 또다시 재선하며 현재 국가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그 소년은 지금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45)이며 그의 부인은 브리지트 마크롱(68) 여사다.

우리 상식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던가?

여교사와 제자의 불륜? 23세 차이 연하와 불장난? 도덕이 추락한 교육현장? 삼강오륜의 물구나무? 등등 수많은 표제어를 동반한 불륜 스토리가 뒤범벅 됐을 것이다.

더구나 이런 화제의 대상이 대통령 선거에 나온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괴소설로 입방아에 오를 것인가. 단 일주일도 견디지 못할 곳이 한국일 수 있다.

갑자기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를 들추는 이유가 있다.

한국 사람의 일상이 너무나 남의 일로 가득 차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앉으나 서나, 혼자나 둘이나 끝없이 남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남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SNS를 매개체로 한 스토킹은 시공의 영역을 초월한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뒷이야기는 대중들에게 심심찮은 소재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사적 영역까지 속속들이 들춰내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용서 받지 못할 일이다.

하물며 특별한 대상이 아닌 보통 서민들이 이런 스토킹의 대상이 된다면 정말로 하소연 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을 갖고 그렇게 험담 하려고 하는 것일까?

학자들은 험담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이 불안하고 자신에게 불만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신의 일이나 가정에 불만이 있기 때문에 남을 험담함으로써 자신이 보상받거나 도피처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남을 험담하는 사람은 자신이 객관적인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자기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다. 매사에 부정적이다 보니 닫힌 눈을 갖게 되고 시각이 좁아져 상대 입장을 고려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남을 험담하는 사람은 질투심이 유독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질투는 지나친 욕심이나 승부욕에서 비롯된다. 승부욕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질투는 다르다. 질투는 상대의 장점이나 개성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단점이 어디 있는 지 비교하려는 심리가 강하다.

오직 상대를 자기 아래로 내려버림으로써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위에 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험담을 일삼는 사람의 종말은 바로 그것이다. 그것도 혼자만의 종말이 아니다.

그래서 저 위대한 탈무드는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남을 헐뜯는 사람은 세 사람을 죽인다. 그것을 말하는 자신과 헐뜯는 상대방, 그리고 그것들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가르친다.

“지혜로운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것을 이야기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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