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초 심
[발행인 칼럼] 초 심
  • 박경천
  • 승인 2023.09.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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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 천  발행인
     박 경 천 발행인

일이 막혀 궁지에 몰린 사람은 그 처음의 마음을 돌이켜 보아야하고 공을 이루어 만족한 사람은 그 일의 끝을 내다보아야 한다.

사람은 늘 초심을 간직하기 쉽지 않다.

그러기에 남에게 지탄을 받거나 미움을 사고 끝에는 화려한 자리에서 물러나면 거지처럼 초라해 진다.

여기 늘 초심이 세상을 바꾸는 일화가 있다.

파격적인 진급을 하고 현지에 부임한 이순신은 당시 경상 좌수사 박홍, 우수영 원균, 전라우수사 이억기, 그 울타리에 전라 좌수영 절도사로 왔다.

예나 지금이나 군대 조직에서 파격적인 계급장을 달고 내려온 장수를 보고 순순히 인정하고 가만 있을리 없다.

늘 비꼬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깎아내리려 하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이다.

1593년 삼도수군통제사에 오른 이순신은 1957(정유년) 2월 원균의 모함으로 통제사 직에서 해임되고 한산도 통제영에서 체포된다.

한양으로 압송되어 국형장이 열리고 선조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문무백관 200명 모두가 이순신은 역적이오니 죽여야 하옵니다라고 외친다.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읍조하며 임금을 압박하고 있으니 이순신을 발탁해주고 6계급 파격진급에 힘을 써준 유성룡까지도공은 공, 사는 사라고 하며 이순신을 죽여야 한다는 문무백관들의 의견에 반대하지 못한다.

이틀이 걸려도 이순신에 대한 형 집행을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당시 영의정 겸 도제찰사( 국가비상사태 직무 총사령관)인 오리(梧里) 이원익이 임금의 어명으로 전시상태의 모든 권한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시상태에서는 임금과 문무백관들이 이순신을 죽여야 한다 해도 이원익의 승낙 없이는 선조 임금도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다.

이원익은 거듭되는 선조의 형 집행 재촉에 이런 말을 한다.

전하께서 전시에 신을 폐하지 못하시는 것처럼 신 또한 전쟁 중에 삼도수군 통제사인 이순신을 해임하지 못하옵니다

이원익의 이 말에 선조도 체념을 하고 이틀이나 걸린 이순신 국형장에서 문무백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제찰사가 그리 말을 하니 이순신이 죄가 없는가 보구나했다고 전해진다.

오직 한사람의 곱고 바른 판단과 집념으로 199명의 고집을 꺾고 이순신은 사형을 면하게 된 것이다.

당시 문무백관 199명에 맞서 이원익 한 사람만이 반대를 하여 이순신을 살려 낸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오직 나라와 백성 만 떠받든 공복.

그가 있으면 온갖 사물이 제자리를 잡게 되는 소박하고 비범한 조선의 대표적 청백리.

초가집에 살았던 조선의 명재상 오리 이원익.

세월은 400년이 지나고 시대만 수없이 변했을 뿐 정치는 변한 게 없다.

선조는 1597722일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한다.

나라가 위난에 빠지면, 사람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아 공동체가 위험에 빠졌으니 어떻게든 구하자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아 공동체가 위험에 빠졌으니 내 이익을 사수하자는 마음을 가진 것이다.

전자의 사람이 뜻을 이룰 위치와 힘을 가지면 나라는 망하지 않고, 후자의 사람이 뜻을 이룰 힘과 위치를 얻으면 나라는 망한다.

이순신이 뜻을 이룰 힘과 위치를 얻었으니 조선은 왜적의 침공으로부터 살아남았고, 원균이 칠천량에서 대패했으나 이순신이 살아있었기에 조선은 희망이 있어 명량대첩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을 알아주는 한사람만 있으면 외롭지 않은 것이 대장부의 자존심이요 명예다.

선거 때만 되면 군민에게 굽신거리며 표를 구걸하던 사람들이 선거가 끝나고 당선되면 반대로 군민을 하대하는 정치인들.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큰소리로 떠들며 사람을 현혹하더니 완장차면 사리사욕에 눈멀어 이권에 개입해 자기 배만 채우는 정치인들.

자기의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하기위해 4년이라는 세월을 군민이 고통을 받아야 한다니...

과연 그들은 원균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람은 늘 초심을 잊지 말아야한다.

세월이 400년이 지났지만 오늘의 이 시대에 이원익 대감처럼 정정 당당했던 청백리(淸白吏)는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시대에 이원익 정승 같은 그런 사람이 우리의 정치인 이었으면 맘 편히 살 수 있겠다고.

초심...

오늘은 당신의 남은 날의 첫날이다.

바뀐 것은 없다

내가 달라졌을 뿐이다.

내가 달라짐으로써 모든 것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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