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특산물 ‘장성사과’ 폭망 “재배농가 한숨만”
장성특산물 ‘장성사과’ 폭망 “재배농가 한숨만”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9.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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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냉해, 여름 장마, 가을 탄저병 ‘농가 3중고’ 예년의 10% 수확

사과 3개에 1만5천원...소비자는 비싸서, 농가는 없어서 ‘울상’

사과하면 ‘장성사과’였으나 올 추석엔 장성에서 사과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초가을 사과를 대표하는 홍로가 평년대비 30% 수확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성의 대부분 과일가게는 경상도 등 타 지역 사과를 유통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연속과 기상악화로 인해 작황이 어려워진데다 병충해까지 극심해 사과농가에겐 올해가 최악의 한해가 되고 소비자들에겐 비싸서 울상 짓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장성군기술센터 분석에 따르면 ‘장성사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장성군의 사과재배는 368농가가 260ha를 경작하고 있다. 그 가운데 11월에 수확하는 부사(후지) 재배는 252농가, 9월에 수확하는 홍로 재배는 39농가, 10월에 수확하는 노란사과로 불리는 시나노골드는 60농가다.

장성 사과농가들은 올해 삼중고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9월경에 수확하는 홍로 농가는 긴 여름장마 탓에 최악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초봄에는 매년 거듭되는 기온상승으로 4월에 꽃눈 분화가 일찍 됐으나 이로 인해 늦서리를 맞아 냉해로 낙과되거나 열매가 갈라지는 피해가 속출했다. 그 뒤 7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지속적인 장마로 뿌리는 썩어 들어가고 지상부는 햇빛 부족으로 탄소동화작용을 못해 과일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과일 품질이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장마기를 지나면서 병충해가 발생해도 제 때 농약을 할 수 없게 되자, 잎이 말라가는 갈색무늬병과 습도를 좋아하는 탄저병이 휩쓸어 과수원을 폐허로 만들었다.

이 같은 삼중고 때문에 사과농가들은 예년 수확의 20~30%를 건지면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초봄 냉해로 30~40%의 낙과 피해를 보았고 여름 탄저병으로 또 30~40%를 따내어 폐기처분해야했다. 탄저병은 전염병처럼 여름 내내 과수원에 맴돌았고 9월 중순까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여년 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처럼 긴 장마에 탄저병이 휩쓸고 간 적이 없다는 서인종 씨. 예년 수확의 10%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20여년 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처럼 긴 장마에 탄저병이 휩쓸고 간 적이 없다는 서인종 씨. 예년 수확의 10%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팜스식자재 마트에 진열된 홍로사과 3개 짜리 15,900원 선물포장. 1개에 5천 원 꼴이다.
팜스식자재 마트에 진열된 홍로사과 3개 짜리 15,900원 선물포장. 1개에 5천 원 꼴이다.

장성군 삼계면 신기리에서 1만3천여 평의 사과농원을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인종(54) 유일농장 대표는 “작년에는 냉해로 망했는데 올해는 탄저병으로 또 망하게 생겼습니다. 오죽 탄저병이 심하면 사과를 모두 훑어버리고 올해는 포기하려고 했으나 전국이 워낙 흉작이라 그나마 건져서 인건비라도 해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실정입니다”라고 실토했다.

서 대표가 예측하는 올 수확량은 평년의 10% 정도다. 현재 사과가 예년의 절반 정도 매달려 있지만 또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폐기해야 할 상품들이다. 과피가 갈라지는 일명 ‘기스과’로 분류해야 하고 고온으로 탄저병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역시 장성 관내 사과 예상 생산량이 50% 정도 감소하고 상품화율은 2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피해 호소에 대해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송광영 원예기술팀장은 “자연재해라면 구제가 가능하지만 병충해 원인이 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농가들의 이런 아픔과 달리 전국적인 흉작으로 사과값은 금값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사과값을 결정하는 최대 사과유통센터인 경북 안동 도매시장에서 9월 중순에 20kg들이 특품 한 상자에 25만~30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이 가격에서 출발하여 소매상과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소비자 가격은 5kg 한 상자에 6만~7만 원대에 이르고 있다. 예년에 5kg 한 상자에 3만5천 원~4만 원 하던 것에 비하면 배 가까이 폭등했다.

15일 홍로사과의 장성 소비자가 시세는 농협하나로마트가 6개들이 한 포장에 13,000원, 30개들이 거창사과 한 상자에 95,000원, 팜스마트는 특상품 3개들이 15,900원, Y마트는 거창사과 14과 한박스에 52,000원, 하품 6개들이 한 포장에 17,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상품성 있는 사과가 적어 추석을 앞두고 고공행진을 할 것이란 우려다.

사과 농가는 물량이 없어서 울상이고 서민들은 비싸서 울상 짓는 아픈 명절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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