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칼럼] 勿施於人(물시어인)...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마라
[편집국 칼럼] 勿施於人(물시어인)...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마라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10.16 1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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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에게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물리적으론, 한 치 오차도 없이 균일하게 할애된다. 하지만 시간의 사용가치는 사람에 따라 하늘과 땅의 차이로 나타난다. 같은 한 시간을 어떤 사람은 천금의 가치로 쓰고, 어떤 사람은 정부에서 정해준 시간당 최저수당 정도로, 어떤 사람은 전혀 가치 없이 흘려보낸다.

고용 이론은 시간이 대상이다. 시간은 필요하다고 내가 늘릴 수도 없고 복사하여 여러 장 동시에 사용할 수도 없다. 시간을 천금같이 쓰는 사람은 시간이 부족해 자신이 다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인다. 특히 내가 하기 싫거나 감당하기 벅찬 일은 위험수당을 주면서 상대에게 시킨다. 위험수당은 수백m 높이의 고가사다리에 매달리는 노동의 위험성을 정당화한다.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격언은 전혀 맞지 않게 보인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는 게 오히려 타당하다. 다만 여기엔 돈이 들 뿐이다. ‘돈이면 해결되는’ 자본주의 세상의 이치다.

그러나 돈보다 인간이 우선인 세상에서 행동은 달랐다. 2500여 년 전 공자와 제자 자공과 대화를 엿들어보자.

자공이 여쭙는다.

“평생 동안 실행하면 좋을 한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마도 ‘용서’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다”

(有一言而 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공자는 서(恕)란 남의 정상을 살펴서 동정함을 말하는데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보았다. 지극히 간단한 비유지만 위대한 교훈으로 남겨 놓았다.

서(恕) 자는 어질 서, 또는 용서할 서라는 뜻이다. 용서는 곧 어짐이다. 글자를 파자하면 같을 여(如)자와 마음 심(心)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如자는 남자 말에 순종하는 여자를 그린 것이지만 ‘~와 같다’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 心자가 결합한 글자가 恕자이다.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恕자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비슷한 한자로 성낼 노(怒) 자가 있다. 화내다, 분노하다의 뜻이다. 사내종을 일컫는 노(奴) 자에다 마음 심(心) 자가 합한 글자다. 분기탱천하여 씩씩거리는 사내 노비의 심성을 들여다보게 한다.

서(恕)와 노(怒)는 마음의 양극을 가리킨다. 용서와 성냄, 인자함과 분노의 양쪽 끝이다. 그 경계선은 바로 나와 남을 다르게 보는데서 출발한다. 희로애락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나는 나이고 남은 남이다’라고 보는 것이다.

내가 죽도록 하기 싫은 일은 남도 죽도록 하기 싫은 것이며, 내가 그렇게 먹고 싶은 것은 남도 간절히 먹고 싶은 것이다. 내 입만 입이 아니고 내 몸만 몸이 아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 지극히 간단한 이치를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내 입만 먼저 챙기는 사람들에게 명심보감(明心寶鑑)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접물지요 기소불욕 물시어인, 행유부득 반구제기라.

(接物之要 己所不欲 勿施於人, 行有不得 反求諸己)

“사물을 대하는 요체는 자기가 하고 싶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며, 행하였는데도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남 탓할게 아니라 돌이켜 자기한테서 원인을 찾을 일이다.”

행동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군자는 자기에게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 구한다고 했다. ‘나를 탓하라’ 가슴 깊이 간직할 천금의 격언이다. 특히 실패의 원인을 두고 남을 탓하면 결코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다. 창조주의 큰 뜻으로 빚어진 결과와 존재에 원인 없는 것은 없다.

“하늘은 이름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느니라.”(天不生無祿之人 地不長無名之草 : 천부생무녹지인 지부장무명지초)

이름 없는 풀들까지 모두가 소중한 존재들이다.

남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여기고 소중히 대하는 것, 그 작은 것이 덕의 시작이요 위대한 끝이다. 내가 싫은 일은 남도하기 싫고, 내가 힘든 일은 남도 힘들다. 물시어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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