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성수 전 전남도 의원 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특별기고] 유성수 전 전남도 의원 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 장성투데이
  • 승인 2023.12.18 13: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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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의 길"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다양한 매체에서 올해의 키워드, 사자성어, 검색어 등 올 한해를 강타한 이슈들을 정리하는 단어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역사라는 게 한 단어로 요약될 수도 없고 요약 되서도 안 되지만, 때로는 간단명료한 것이 지니는 매력이 있는 법이라 흘깃흘깃 눈을 고정시키기도 합니다.

저에게 올 한해 우리나라를 강타한 이슈들 중에서 한 단어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홍범도’라는 고유명사를 선택할 것입니다.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인지, 아니면 마무리가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올해만큼 ‘홍범도’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육군사관학교 내부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해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국방부의 의견과 독립영웅에게 이념의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각이 논란의 중심이었습니다. 결국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이념논쟁인 셈이죠. 이러한 논쟁은 비단 홍범도 장군의 흉상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다른 것을 매개로 지속적으로 터져나올 것입니다. 뉴라이트의 역사교과서 논란이나, 이승만대통령에 대한 평가, 건국절 논쟁 등 아직도 종결되지 않은 역사논쟁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극우 유튜버들이 ‘서울의 봄’이라는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영화를 학생들이 관람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각급학교에 민원을 넣고, 학교 앞으로 찾아가서 시위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금 결을 달리할 수 있겠으나, 논쟁을 하고 있는 역사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심각한 것은 잊혀진 역사입니다. 장성군의 역사가 그렇습니다. 뛰어난 인물이나 사건 중심의 역사에서 빗겨서 있는 민초들의 역사를 기록하거나 영상화하지 않았기에 관련자들이 사망하면 잊혀지고 마는 그런 역사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물려준 역사를 오늘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성군은 의향(義鄕)입니다.

장성군은 호남 의병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그리고 정묘호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때에 많은 의병이 창의한 곳입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이 참여한 유명한 전투로 행주대첩과 진주대첩 등이 있는데, 행주대첩은 장성출신 망암 변이중 선생이 제작한 화차가 승리의 큰 기여를 하였고, 진주대첩은 장성 북일 출신 오천 김경수 선생이 주도한 남문창의 의병이 다수 참여한 전투였습니다. 장성의병은 3차에 거쳐 창의를 하였으며 임진왜란에 이은 정유재란까지 7년 동안 의병 활동을 했습니다. 남문창의 외에도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어 의병활동을 했으며 이순신장군의 휘하에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정묘호란과 같은 변란이 발생하는 때에는 어김없이 장성에서는 호남의병이 조직되었습니다.

​구한말 의병활동은 주로 농민들이 중심이 된 동학농민혁명과 사림과 강제 해산된 군인이 중심이 된 의병활동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일제강점기 의병활동은 독립운동으로 발전 변화하였습니다.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해서는 장성에서 벌어진 황룡전투가 동학농민혁명의 4대 전투 가운데 하나로 전주성 함락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싸움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장성에서 많은 농민군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장성에서는 위정척사운동을 주장했던 노사 기정진의 문인들이 주축이 된 전남의병과 기삼연을 중심으로 하는 호남창의회맹소를 발족해 의병활동을 했습니다. 의병운동의 70~80%가 전라도에서 일어났고 전라도 의병의 60~70%가 장성 출신 의병들이었다는 기록이 존재하는 것을 보아 장성은 가히 뿌리깊은 의병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제하에서는 1919년 3.1만세운동 때 북이면 모현리 주민들은 사거리 장터에 나가 만세운동을 하였고, 삼서면 소룡리 주민, 장성읍(성산) 만세시위 등이 이어졌으며 일부는 광주 만세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이외에도 신간회 활동, 광주학생운동, 협동조합운동 등 다양한 활동에 장성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러한 의향의 정기는 5·18 민주화운동 시 도청사수의 주역으로 남은 김봉수 열사와 독재정권에 의해 의문사를 당한 이철규 열사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장성군민들이 의향의 정기를 이어갈 것입니다.

장성은 의향입니다. 잊혀서는 안될 의로운 사람들이 지켜낸 고장이고, 지키고 있는 고장입니다. 지금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어정쩡한 도시 브랜드를 가지고 장성의 이미지를 메이킹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랑스런 역사를 가지고 장성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도시 브랜드는 심상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전부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자연환경을 담은 것이어야 합니다.

요즘 건강을 위한 황토 길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둘레길과 같은 테마길이 유행이었습니다. 지금은 유행이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담은 테마길 하나 정도는 있으면 좋겠습니다. 의향 장성이 가진 스토리를 담은 역사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호남의병의 길, 3·1운동의 길, 동학혁명가들의 길, 그리고 그들이 함께 꿈꾸었을 생명과 평화의 길을 장성에서 만들어보길 제안합니다. 새해에는 그 길을 걸으면서 잊히지 않는 역사를 이어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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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 2023-12-20 14:22:48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허울뿐인것보다 부의장님 이야기처럼 장성의 역사를 올바르게 보는것또한 장성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