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6개월 공직 마치고 공로연수 준비하는 고학주 읍장
31년 6개월 공직 마치고 공로연수 준비하는 고학주 읍장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3.12.1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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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도 열심히 노력해야 얻을 수 있어요”

백(?)고초려 설득해서 주민 동의 얻었던 집념의 공직자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닙니다. 주민들을 만나 무슨 얘기든 들어보려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떤 주민은 음료수를 사서 주시기도 하고 어떤 어르신은 음식을 내어주기도 합니다. 큰 도움은 주지 못해도 제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공직자의 일이란 게 이런 것 아닐까요?”

올 연말 31년 6개월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공로연수에 접어드는 고학주(59. 행정4급 지방서기관)읍장은 주민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현장에서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일이야말로 읍·면장의 가장 크고도 우선해야할 일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공직자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5급사무관이다. 그런데 고 읍장은 사무관을 넘어 서기관으로 공직생활을 마치게 된다. 비결을 묻자 고 읍장은 덤덤히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거든다. 자신이 맡은바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다보면 보람도 찾을 수 있고 또 그러다보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듣고 보니 그럴 듯도 싶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또 물었다. 아무리 좋은 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하지만 그 일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이에 고 읍장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어느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그렇기에 소중한 일이라고 동기부여를 하면 어느 순간 그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 읍장은 공직생활을 그렇게 해왔다고 말한다. 사람을 만날 때면 언제나 날리는 넉넉한 미소처럼 그를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덩달아 행복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대하는 민원인은 화를 내다가도 그의 푸근한 미소에 화를 멈추고 금세 기분이 풀리곤 한다.

그런 덕분인지 고 읍장이 경제교통과 경제정책담당 업무를 수행할 때 삼고초려가 아닌 백(?)고초려 했던 애기를 들려줬다. 당시 황룡시장 내 주차장을 건립해야 되는데 주차장 건립부지 중 일부 부지를 한 주민이 팔지 않고 일명 알박기를 했다고 한다.

수차례 설득에도 꿈쩍도 않던 그 주민은 고학주 팀장의 100여 차례에 걸친 방문과 설득으로 1년여 만에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든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다.

이 일화를 들려주던 고 읍장은 “31년 공직생활을 돌아보면 ‘무엇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반드시 해내고 싶었고 도 해냈다”고 회고했다. “그런 열정이 지금의 삶을 만들고 지탱해 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고 읍장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산의 위기로 장성도 인구소멸 위기지역에 들어섰지만 최근 속속 들어서고 있는 아파트와 정주여건 향상으로 인해 장성읍은 화순처럼 점차 도시 외곽의 베드타운화 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발맞춰 장성읍행정복지센터도 읍내 다른 곳으로 이전해 생활권 분산과 공동화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삼서 홍정이 고향인 고 읍장은 32년 전 공직생활도 삼서면사무에서 지방행정서기보로 시작했다. 공로연수에 들어가면 무엇보다 하시고 싶으냐는 물음에 당분간 부모님이 계시는 홍정에 가 농사도 도우며 앞으로 인생 제 2막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1년 동안 주위 분들께 조언도 구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다.

1992년 삼서면 지방행정서기보로 공채 임용돼 공직을 시작한 고학주 읍장은 내무과와 삼서면 재무과, 북이면 팀장, 주민복지과, 경제교통과 등을 거쳐 2018년 지방행정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이후 진원면장, 문화관광과장, 농업축산과장, 삼서면장, 기획실장을 거쳐 올 1월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해 장성읍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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