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초 심 (初 心)
[발행인 칼럼] 초 심 (初 心)
  • 장성투데이
  • 승인 2024.01.2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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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천 발행인
박경천 발행인

 우리는 기적 같은 일을 기대 한다. 어쩌면 로또가 당첨되는 기적 말이다.

그러나 일확천금의 기적은 인생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기적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면 그것이 기적인 것이다.

행운도 특별한 것이 아니다. 아프고 병들지 않고 잘 먹고 잘살고 있으면 그것이 행운이다.

행복도 특별한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웃고 지내고 맛있는 음식에 마음이 흡족하면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진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먼 밖에서 무언가를 찾으려고 허송세월을 보내곤 한다.

이러한 흔들림이 없이 살려면 우리는 무엇보다도 초심(初心)을 가져야 한다.

‘초심(初心)’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다.

여기에 초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임금님이 시골 마을을 지나가다 날이 어두워지자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한 목동의 집에서 묵게 되었다.

그런데, 임금님의 눈에 비친 목동의 모습이 너무나 순진하고 인상적이었다.

욕심이 없고 성실하고 평화로운 것이 평소 자신이 대궐에서 보았던 신하들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젊은 목동의 그런 모습에 끌린 임금님은 목동을 나라의 관리로 임명했다.

목동은 관리로 등용된 후에도 청빈한 생활과 정직성을 간직했고 양 떼를 잘 이끌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왕을 잘 보살피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 했다.

왕은 그 청렴함에 더욱더 감동을 받아 재상의 자리까지 내어 주었다.

재상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청빈한 마음 까지 갖추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큰 결정이었다.

재상이 된 목동은 더더욱 성실하게 사심 없이 일을 잘 처리해나갔다.

그러자 다른 신하들은 그를 시기하기 시작했다.

일개 목동이 나라의 관리가 된 것도 모자라 재상 까지 오르고 더욱이 적당히 일 처리도 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뇌물도 받았으면 좋으련만 모든 일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처리하니 자신들의 처지가 곤란했던 것이다.

신하들은 재상이 된 목동을 쫒아내기 위해 티끌 하나라도 모함할 것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재상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기가 살던 시골집에 다녀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몰래 뒤를 밟아 따라가 보니 광에 커다란 항아리가 있었는데, 재상은 그곳에서 항아리 뚜껑을 열고 한참 동안 항아리 안을 들 여다 보며 깊은 사심에 잠겼다.

신하들은 임금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재상이 청렴한 척은 다 하면서 항아리 속에 아무도 몰래 금은보화를 채우고 있다고 고자질 한 것이다.

임금은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차츰 누구보다도 신임했던 그에게 무척 화가 나 직접 사실을 밝히고자 재상을 앞세워 신하들과 함께 재상의 집으로 찾아갔다.

재상의 집에 다다른 임금과 신하들.

왕은 상기된 얼굴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하로부터 항아리를 열어 보게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신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뒤로 넘어졌다.

항아리 속에 들어있는 것은 금은보화가 아니라 재상이 목동 시절에 입었던 낡은 옷 한 벌과 지팡이 뿐이었다.

신하들이 쥐죽은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임금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재상의 손을 굳게 잡았다.

재상도 한 인간이다. 갖은 유혹의 덩어리가 물밀 듯이 밀려오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욕망이 생겼을 때 가난했던 목동의 시절을 생각하며 초심(初心)을 되새겼던 것이다.

그 항아리에는 재상의 맘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금은보화보다 소중한 물건이 담겨져 있었다.

양때를 몰며 땀 냄새로 얼룩진 옷과 험한 산을 같이해준 지팡이, 재상은 흔들릴 때마다 그때를 생각했다. 초심을 지켜온 것이 목동을 재상으로 그리고 모함에서 굳건한 믿음의 재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인생은 단 한번 산다.

초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다.

초심은 자신이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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