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작물재배 ②
아열대작물재배 ②
  • 김지운 기자
  • 승인 2024.02.19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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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푸르트·레몬 삼계 김상일 농가

미생물 발효 농법 이용 땅심 기르는데 주력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니 맛도 영양도 UP

 

출하한 레몬은 친환경 농가의 협동조합인 한 살림에 전량 납품한다. 김상일 씨가 방금 수확한 레몬을 들어보이고 있다.
출하한 레몬은 친환경 농가의 협동조합인 한 살림에 전량 납품한다. 김상일 씨가 방금 수확한 레몬을 들어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과수를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이 점차 북상하면서 농가마다 비상이 걸렸다. 사과의 경우 주산지로 알려진 경북 영주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150여 km 이상 북진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북 영주에서는 옛 명성을 되찾겠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신품종 사과를 개발 보급하는 등 분주하다.

장성군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만감류, 패션푸르트, 레몬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장성군에서 재배 중인 아열대작물은 2023년 12월 현재, 46개 농가에서 7개 품종을 재배 중이다. 장성투데이는 아열대 작물 재배 농가 탐방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레드향과 천혜향 농가에 이어 패션푸르트·레몬 농가와 장성애플망고팜을 찾았다.

백 가지 맛이 난다고 해 백향과라고도 불리는 패션푸르트는 열대과일 중에서도 소비자 층이 많지 않은데다 특히 단맛을 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미생물 발효로 패션푸르트의 단맛을 내고 있는 농가가 있다.

삼계면에서 패션푸르트를 재배하고 있는 김상일(34)씨가 그 주인공.

한파경보가 내린 지난 1월 23일 김상일 씨는 하우스에서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패션프루트를 돌보고 있었다.

김 씨의 패션푸르트는 신맛에 단맛이 더해져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신맛으로 패션푸르트를 먹는다는 상식을 깬 결과다.

김 씨는 이 맛의 비결을 친환경 재배에 있다고 했다. 그는 “동일한 품종이라도 재배 방식에 따라 맛에서 차이가 난다. 친환경재배로 만들어진 ‘단맛’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고 말한다. 김 씨가 번거롭다고 여겨지는 유기농에 고집스럽게 집착하는 이유다.

김 씨는 친환경 재배를 고민하다 미생물 박사가 됐다.

김 씨가 패션푸르트 재배 3년 차에 마주한 ‘뿌리썩음병’도 미생물을 사용해 이겨냈다. 그는 당시 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터라 막막했다고 말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차에 “병의 원인균을 균으로 잡아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어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병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김 씨는 병을 찾기 위해 인터넷 구글에서 검색을 거듭했다.

결국에는 ‘푸자리움병’이라는 것을 찾아냈다고 한다. 병의 원인균을 알게 되자 대응은 훨씬 쉬웠다. 푸자리움병에 대항할 미생물을 구입해 과수에 뿌리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 씨가 친환경으로 재배하자 땅이 살아나고 과수가 건강해졌다. 여기에 생태계의 분해자로 알려진 지렁이와 공벌레 등도 찾아와 땅을 더 기름지게 만들고 있었다. 농약을 사용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풍경이다.

김 씨가 고집한 친환경 농법은 판매망 확보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결과로 이어졌다. 친환경 농가의 협동조합인 ‘한살림’의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됐고, 한살림에 자신이 생산한 과일을 전량 납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한해 9톤 수확해 8천만 수익

 

이를 통해 김 씨는 패션프루트 단동 하우스 5개 동 900평에서 지난 한해 9톤을 수확해 8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비료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도 순수익으로만 6천만 원 정도다. 김 씨는 “개인판매가격이 1kg당 15,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자신의 패션푸르트는 9,000원에 전량 납품하는 조건으로 안전하게 판매하고 있다”고. 김 씨는 패션푸르트 외에 레몬도 친환경으로 재배 중이다.

김 씨의 레몬은 농업진흥청이 2015년 국산품종으로 개발한 ‘제라몬’이다.

다수 레몬 농가가 해외 품종인 ‘유레카’나 ‘리스본’으로 재배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 씨는 “수입산 품종이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졌다는 점과 레몬이 모양이 예뻐서 상품성이 강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라몬은 수입산에 비해 추위를 잘 견뎌 우리나라 기후에서 적합하고 산도와 향이 강해 충분히 상품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제라몬은 산도 8.5%, 당도 역시 11브릭스로 수입산보다 높다. 또한 비타민C와 구연산 성분이 풍부해 감기 예방과 피부 건강에 효과적이다. 김 씨는 레몬 단동하우스 200평 한 개 동에 100주를 재배해 지난해 300kg을 수확했다. 수익은 100g 당 1,400원, 약 400여만 원이다. 나무의 형태가 잡히는 4년 후에는 나무 한 그루당 30kg은 나올 수 있다며, 레몬으로 얻는 수익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귀농과 작목전환을 계획 중인 농가를 향해 “열대과일이 노동력이 적게 들고 소득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농사는 다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조언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귀농이나 작목을 전환하기에 앞서 과일의 판로를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패션푸르트의 경우 일반 소비자에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판매망의 한계가 있다”며 “로컬푸트의 경우 패션푸르트 수확량에 비해 판매량이 훨씬 적다는 것과, 공판장은 신입 농가의 신규 과수판매 진입이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또한 “열대과일 재배 농가가 늘어 갈수록 과일 판매가격이 하락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션푸르트·레몬 구입문의 김상일·한아영 농가(010-7117-9600)

 

 

삼서 장성애플망고팜 나우석 대표

장성애플망고, 상위 1% 맛으로 승부수 띄운다!

나 대표 “과일은 사람이 먹는 것, 돈으로 생각하면 안 돼”

장성애플망고팜 나우석 대표. 지난 1일 시설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애플망고 과수 2천 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성애플망고팜 나우석 대표. 지난 1일 시설하우스에서 재배 중인 애플망고 과수 2천 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디어 장성에서도 올해 여름부터 당도가 무려 19-22 브릭스에 달하는 최상품 애플망고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장성애플망고팜(가칭) 나우석(55) 대표가 2021년부터 3년간 고집과 신념으로 만들어 낸 애플망고를 올해 출하하기 때문이다.

나 대표는 장성 삼서면 유평리 옥동마을에서 30년이 넘도록 과수 농사에 전념해온 베테랑 농부다. 그동안 그가 재배한 과수도 사과 20년, 샤인머스켓과 거봉 8년, 애플망고 3년 이렇게 네 가지 품목이나 되니 곧 출하될 애플망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상위 1%의 애플망고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 대표는 올해 출하할 애플망고 상품성 목표치를 상위 1%로 잡았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플망고 재배 2년 차인 지난해 과감히 출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1년을 미루며 과수의 형태를 잡아주는 수형 작업에 몰두하며 벼렸다. 수형작업으로 애플망고 과수가 더 튼실해지고 열매도 품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맛있게 열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나 대표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지난해 수형 작업하는 과정에서 열린 애플망고가 상위 1%의 ‘맛’과 ‘향’으로 열매 맺었기 때문이다. 판매 수익을 포기한 대신 최고의 ‘맛’을 얻게 됐으니 더 좋다는 나 대표.

나 대표는 “과일은 사람이 먹는 것입니다. 돈이 아니라 맛으로 승부해야 합니다”라며 과수 농사의 신념을 재차 강조했다. 이 신념은 ‘농사를 지으면서 절대로 손익 계산을 하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자리 잡았다. 이익을 따지기 시작하면 과일 본연의 맛을 잃게 된다고 믿는 까닭에서다.

나 대표의 신념과 고집은 재배과정에 그대로 녹아 있다.

1,500평 시설하우스에 2,000주나 되는 과수를 매일같이 돌아본다. 애플망고를 화분에 재배하는 그로서는 고단한 일과지만, 화분 하나하나 흙을 매만지며 수분은 적절한지, 과수의 잎과 줄기 상태가 어떤지 살핀다. 그래야 과수마다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을 수정하고 보완해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벼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잘 자라나는 이치와 같다는 설명이다.

나 대표는 애플망고 과수에 꽃이 피기 전에 더 예민해진다고도 했다. 애플망고는 일반 유실수와는 다르게 스스로 꽃을 피우지 않아 더 신경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애플망고 과수가 꽃을 틔우지 않는다면 그해 농사는 접어야 하는 까닭이다.

일명 ‘꽃 틔우기 작전’에 돌입하게 되면 나 대표는 과수에 인위적으로 ‘스트레스’를 준다. 시설 하우스 온도를 저온으로 낮춘다거나 필요에 따라 물 공급을 줄이거나 끊는 방식이다. 나 대표는 “모든 자연 이치가 그렇듯이 과수도 마찬가지다. 결핍이 번식력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30년 과수 농사에서 터득한 지혜다.

이 외에도 나 대표는 재배기술의 발전에 대한 욕심이 크다. 자신이 재배하는 과수에 가장 적합한 재배방법과 보다 더 나은 재배기술을 찾는 길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고개를 숙여 가르침을 청했다. 이러다 보니 애플망고로 이름난 곳은 모두 다녀봤다는 나 대표. 오죽했으면 나 대표의 아내 임진주(53) 씨가 “눈을 떠도 망고, 눈을 감아도 망고, 모든 관심사가 망고다. 뭐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까지 할까.

나우석 대표의 애플망고 재배 멘토인 박민호 영광군 망고야 대표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흡수력이 대단하다”고 치켜 세운다.

나 대표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 후에는 자신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나올 때까지 실험한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렇게 나온 것이 ‘화분’재배 방식에서 묘목을 심는 방법이다. 120리터의 흙이 들어가는 화분에 묘목을 심고 물을 주면 당연히 흙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상태에서 애플망고 과수가 살 수 없다는 것. 나 대표는 이 문제를 실험 단계에서 알게 됐고, 해법은 매우 간단했다. 흙을 일정부분 채운 후에 다져 주고 묘목을 심는 방법으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었다.

나 대표는 “알면 쉽지만, 모르면 큰 낭패”라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 연구를 계속한다고 말했다.

나 대표가 신념과 집념, 그리고 애정을 가득 담아 키운 애플망고는 올해 예상 생산량만 6톤이나 된다. 이렇게 많이 생산되는 물량에도 판매처 걱정은 없다고 했다. 나 대표는 판매 홍보에는 재능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그가 재배했던 사과, 그리고 현재 재배 중인 샤인머스켓과 거봉을 통해 ‘맛’과 ‘상품성’을 인정받은 터여서 염려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 대표의 애플망고는 인터넷과 개인판매, 그리고 서울 공판장으로 출하할 예정이다.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게 하겠다”

나 대표는 출하를 앞두고 애플망고의 상품성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꼼꼼하고 세밀한 나 대표 성격으로 재배했으니 애플망고의 첫 출하가 기대된다.

과일 검수 과정도 출하할 애플망고가 최고 중의 최고의 과일이 되도록 할 예정이다. 나 대표는 과일 출하 전 검수 과정을 아내가 일일이 점검을 한다면서, “아내는 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편이 기껏 선별해 쌓아 올린 과일을 부인은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 대표는 작목전환으로 애플망고를 계획하고 있는 농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열대작물의 특성상 초기 시설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나 대표도 애플망고 재배를 위해 “땅을 팔아 준비했다”고 할 만큼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 여기에 재배가 까다로워 꼼꼼한 계획과 준비 없이 애플망고를 재배하게 되면 낭패당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여름에 시설 하우스 온도가 50도를 넘어서도록 방치할 경우 애플망고 과수 전체를 새로운 묘목으로 교체해야 하거나 애플망고 재배를 포기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나 대표는 2015년까지 1만 평의 사과농사를 20년 이상 지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등으로 사과의 수확량이 감소하고 상품성이 낮아져 폐원을 결정했다.

2016년부터는 샤인머스켓 1,200평 시설 하우스 1,000주, 거봉 800평 시설하우스에 700주를 재배해왔다. 지난해 생산량은 샤인머스켓 12톤, 거봉 7톤이나 되지만, 나 대표는 정확한 수익을 모른다고 했다. 수익을 계산하는 순간부터 과일의 맛을 지키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순소득은 총수입의 50% 수준으로 추정한다며 “먹고 살 만큼 정도 된다”고 말했다.

애플망고‧샤인머스켓‧거봉 구입문의 장성애플망고팜 나우석 대표(010-9433-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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