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인자무적(仁者無敵)
[발행인 칼럼] 인자무적(仁者無敵)
  • 장성투데이
  • 승인 2024.03.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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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천 발행인
박경천 발행인

 인자무적(仁者無敵)은 어진 사람은 널리 사람을 사랑하므로 천하(天下)에 적대할 사람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원전(元典)은 맹자의 양혜왕장구상(梁惠王章句上) 편에 나온다.

양나라 혜왕이 패전의 치욕을 씻는 방안을 맹자에게 묻자 맹자는 “인자한 정치를 해서 형벌을 가볍게 하고, 세금을 줄이며, 농사를 짓게 하고, 장정들에게는 효성과 우애와 충성과 신용을 가르쳐 부형과 윗사람을 섬기게 한다면, 몽둥이를 갖고서라도 진(秦). 초(楚) 나라의 견고한 군대를 이길 수 있다”고 대답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곧 이 말은 ‘인(仁)을 가진 자는 적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인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다’는 말로 최고의 무기는 인(仁)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인자라고 어찌 적이 없겠는가? 오히려 인자이기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이 많을 수 있다.

어찌 됐든 인자는 배려와 사랑을 실천하는 지도자이기에, 결국은 어느 누구도 어진 사람을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공천 잡음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컷오프를 기점으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중앙당 선관위장에 이어 최고위원, 전략공관위원, 공관위원 등 사실상 당 공천 전 단계에서 사퇴자가 나왔지만, 이재명 대표는 “잡음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정면 돌파 의지를 공고히 했다. 그러함에도 컷오프 후보들은 잡음을 잡음으로, 자연스럽지 않은 과정으로 여긴다는 것이 문제다.

컷오프 후보들은 저마다 공천심사 결과에 납득하고 승복할 수 있는 투명한 여건들을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자랑하는 ‘시스템 공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다시 말해 공천심사에서 “잡음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공천심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심사 결과는 어땠는지 공개하는 등 공정한 환경을 만들었어야 했다는 말이다.

우리 지역구인 담양.함평.영광.장성도 공천심사 결과를 두고 ‘잡음’이 심하다. 잡음은 더불어민주당 공천심사의 불공정성과 특혜 시비로 번지는 모양새다.

컷오프 후보들은 “셀프공천”, “황제공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후보들이 요청한 재심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당지도부는 1일 심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심위원회의 결정을 기각했다. 당 지도부의 단수공천 결정 확정 이후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기각의 이유로 “이 의장의 당 기여도와 통합의 가치, 공천관리위원회의 최초 판단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해명에도 단수공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우리 지역구 단수 공천은 애초부터 현역의원과의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보였음에도 전략공천으로 몰고 간 무리한 공천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후보자추천재심위원회가 29일 비공개회의에서 경쟁후보들이 제기한 “3선 의원인 이개호 정책위 의장에 대한 기존 공천관리위의 단수 공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재심청구를 인용한 바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가 정한 단수공천 기준은 ‘지지율 격차 20%포인트 이상’이다. 2위 후보와의 격차가 20%포인트 이상 벌어져야 1위 후보에게 단수공천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음에도 공관위가 이 의장에게 단수공천을 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을 지지하고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링 위에 오르지도 못한 채 컷오프되는 것은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을 훼손한 민주주의 폭거이자 오만한 구태정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자무적과 관련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 노인이 숨을 거두면서 세 아들에게 유언을 했다.

“소 17마리가 내 전 재산인데, 큰아들은 반을, 둘째 아들은 3분의 1을, 막내아들은 9분의 1을 갖고 잘 키우도록 해라”

아버지의 장례를 끝내고 유산으로 남긴 소 17마리를 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누려 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누기가 곤란했다.

큰아들의 몫인 절반은 8.5마리로 잘 키우라는 아버지의 유언이 있어서 소 한 마리를 반으로 잘라 죽여야 했고, 둘째 아들은 5.6마리, 셋째 아들은 1.8마리로 계산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아들은 마을에서 가장 지혜롭고 어진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인자(仁者)는 자신의 소 한 마리를 더 보태어 아버지의 유언대로 소를 세 아들에게 나누어 줬다. 큰아들의 몫은 절반이니 18마리 중 9마리를, 둘째 아들은 3분의 1인 6마리를 갖고, 막내 아들은 9분의 1인 2마리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유언대로 나누어 주었는데 한 마리가 남았다. “남은 1마리는 원래 주인인 내가 가져가겠네” 인자(仁者)의 해결법에 세 아들은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었고, 아버지가 유언한 자기 몫보다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仁者께서 소 한 마리를 보태어서 유언보다 더 많이 나누어 주고, 仁者는 다시 한 마리를 가져간 이 놀라운 산술법은, 나눌 줄 모르는 현대인들의 산술법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법이다.

仁者는 자신의 것을 보태어 더 많이 나누어 주었지만 자신에게 손해가 전혀 없고, 세 아들에게는 유언보다 더 많이 나누어 받아서 만족한 이 놀라운 지혜는 본인의 희생정신 없이는 안되는 것이다.

공천 잡음과 탈당러시로 복잡한 민주당. 仁者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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