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편집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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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형모 기자
  • 승인 2018.08.21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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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팜으로 한국 비웃는 중국

건강한 닭 위해 만보기 채우고

씩씩한 돼지로 소비자에 승부

언젠가 중국이 전 세계를 위협하리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지구 전면에서 압박해올 줄은 몰랐다.

중국 스마트 농업의 현실을 보고 미래를 예감하면서 느낀 소회다. 한마디로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의 스마트 돼지 사육 업체는 "좋은 돼지고기 기준이 무게가 아닌 활동 수준으로 바뀔 것"이라고 선언했다. 얼마나 많이 운동한 건강한 돼지인가 여부가 좋은 돼지 고기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선언인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생삼겹인가, 냉동 삼겹살인가, 대패삼겹살인가, 아니면 흑돼지삼겹살인가라는 식의 형식을 둔 선택 기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또 중국의 한 닭 사육업체는 닭에게 만보기를 달아 만보 이상 걷는 건강한 닭만을 고가에 판매하는 양계업종의 혁명을 선언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동물복지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가축업계에도 변화가 일고 있으나 그 변화 추이를 보면 중국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농업이 가는 방향은 분명히 스마트 농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동안 인간의 노동력으로 채워져 왔던 대부분의 농업 동력을 기계로 대체한 것은 오래 전이다.

그런데 여기에 머물지 않고 최첨단으로 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다.

이제는 농사를 짓기 위해 통계를 내고 계획하며 최상의 상태를 뽑아내는 것에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게 됐다. 예를 들어 비가 올 때와 안 올 때를 대비하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그런 기후에 대비하여 무슨 작목을 선택해야하는지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작물은 어떻게 뿐만 아니다.

인간에게 가장 유용한 상태의 먹거리는 어떻게, 어떤 단계에서 이뤄져야하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식탁에 오르는 것이 바람직한 지 컴퓨터와 인공지능, 로봇, 드론을 통해 답을 얻고 실행에 나서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알리바바 AI, 돼지 목소리 분석 - 쓰촨성의 돈육 생산 업체 터취(特驅)그룹은 올해 2월부터 돼지 사육장에서 소리로 질병이나 새끼 돼지 압사 위험을 확인하고, 화상과 적외선 센서로 돼지마다 디지털 파일을 만들어 걸음 횟수 같은 수치들을 관리한다. 돼지의 사육 상태를 컴퓨터가 확인, 관리하는 이 인공지능(AI) 기술은 알리바바에서 제공받고 있다.

최근 보도된 그 실체를 보자.

여기는 중국 “스마트농촌 선언”

# 사례 1

중국 정부로부터 빈곤 마을로 지정된 허베이(河北)성 헝수이(衡水)시 우이(武邑)현. 방목해서 키우는 닭 발에 특이한 게 달려있다. 만보계 밴드다. 2016년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京東)이 마을에 위탁해서 키우는 '러닝 닭'이다. 징둥은 100만보 이상 달린 건강한 닭만 사준다. 현지 닭 가격의 3배 수준인 100위안에 쳐 준다. 빈곤 가구 1000곳 이상이 참여했고, 올해 춘제에서 베이징에 풀린 5000마리는 168위안의 고가에도 완판 됐다. 징둥은 러닝 닭의 모든 사육 과정을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천리안 프로젝트와 블록체인으로 원산지를 확인하는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닭을 제공하고 이런 과정을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 사례 2

서남부 베트남과 접경 지역인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 충쭤(崇左)시 다신(大新)현의 포도 농장. 이곳 농부들은 병충해와 잡초 등을 식별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알려주는 대로 물과 비료 농약을 뿌린다. 스마트 농업 스타트업 후이윈신시(慧雲信息) 왕슈둥(王筱東) 회장은 "작년 12월부터 올 7월까지 진행한 실험에서 1급 수준의 포도가 60%를 차지해 일반 농가 수준까지 도달했다"며 내년 말까지는 더 높은 품질의 포도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중국의 농촌 혁신 현장을 듣고 보면 우리에겐 경악할 수준임이 틀림없다.

농축산업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하드웨어의 대국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무인기) 등을 동원한 스마트 농축산업 강국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스마트 농축산업은 중국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3인방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물론 징둥과 중국 유명 포털업체 왕이(網易) 등 대기업이 뛰어든 격전장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농축산업은 대기업이 침범하고 있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돈 벌이를 위한 침범일 뿐, 미래 농업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업이지만 미래 농업을 선도하면서 기업의 이윤도 창출하는 알리바바와 같은 대기업을 두지 못한 한국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런 상태라면 우리는 농업을 생각할 수 있는 지자체의 역량과 지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없다면 농민 스스로의 역량에 의지해 희미한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불행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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