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일 고려시멘트 노조위원장 인터뷰 “우리는 공장폐쇄가 아닌 정상가동을 요구”
박선일 고려시멘트 노조위원장 인터뷰 “우리는 공장폐쇄가 아닌 정상가동을 요구”
  • 백형모 기자
  • 승인 2023.06.05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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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멘트노조, 13일부터 총파업 ‘초강경 대응’ 예고

강동완 회장에 ‘엉터리 부지개발 욕심’ 경고 -아파트개발은 의문 투성이

“전면파업을 이미 예고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노조 입장을 알리는 대동단결 리본을 달고 정상근무를 하면서 항의해 왔지만 6월 3일부터는 정문에서 출퇴근 항의시위를 시작하고 13일 부터는 전면투쟁에 돌입할 것입니다. 우리는 회사 폐쇄가 아닌 정상운영을 촉구합니다”

박선일 고려시멘트 노조위원장은 담담하게 일정을 설명했으나 표정에는 결연함이 묻어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5시 장성 고려시멘트 노동조합 사무실. 박선일 노조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고려시멘트는 겉으론 한점 흐트러짐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 박 위원장이 내민 명함은 한국노총전남본부 사무처장이었다. 올 3월부터 일을 추가로 노총 일을 떠맡아 고려시멘트 노조위원장과 겸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무엇이 이렇게 고려시멘트 노동자들을 분노케 만들고 총파업을 들고 나오게 만들었을까. 박선일(57) 고려시멘트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박 위원장은 1984년 입사한 최고참 사원으로 2004년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뒤 7선째 맡고 있다. /대담 백형모 편집국장

Q 먼저, 장성의 가장 오랜 생산직 현장으로 노동자를 대표하여 지역민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

▲고려시멘트(이하 ‘고려’)는 70년도부터 50여 년간 유지되면서 장성 발달사의 모태가 되어왔으며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고려와 지역민, 지역발전이 하나의 맥락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이해하고 기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Q 고려 현재의 현황을 설명해 주신다면?

▲장성공장에는 약 8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생산직에는 60명, 노조에는 55명이 가입돼있습니다. 직원 가운데 장성주민은 약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광산업무와 운송분야 등 협력업체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약 100여 명 가까이 예상됩니다.

Q 위원장이 알고 있는 고려의 경영 실태는?

▲고려는 시멘트를 만들 때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무연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왔는데 지난 2년간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 무연탄이 두 배 이상 폭등해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멘트 가격이 급등한데다 무연탄 값은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여 올 3월부터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회사와 노동자들에겐 좋은 징죠였죠.

Q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려가 목포로 이사한다는 이야기의 실상은?

▲고려는 이미 목포공장이라고 부르는 대불산단으로 이전을 준비 중입니다. 10여 만 평의 부지를 마련해 상당한 시설을 완비했고 일부는 시설 설비중이며, 일부는 시험가동중입니다. 이에따라 장성 공장을 폐쇄한다는 경영 방침을 세운 것이죠.

Q 고려의 광업권이 올해로 끝나고 장성군이 더 이상 허가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는데?

▲틀린 말입니다. 전남도가 허가하는 광업권과 장성군이 허가하는 개발행위와 일시사용 허가 모두 2024년 5월까지 사용기간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노조의 가장 큰 불만이나 요구사항은 무엇인가요?

▲회사측은 이미 지난 22년 11월 노조측에 “23년 6월 30일 고려시멘트를 폐쇄하겠다”고 사전통보해 왔습니다. 직장 폐쇄 등을 시도할 때는 6개월 전에 통보해야한다는 노동법을 준수하기 위해서였죠. 이런 일방적 통보는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고 원료 생산도 충분한데 왜 일방적으로 폐쇄하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질 않는 것입니다.

Q 회사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사전에 노사협의 등을 거쳤을 것 같은데?

▲‘노와 사는 한 몸’이라는 것은 분명한 이치입니다. 때문에 회사가 적자이던 22년 1월 노조는 노사합의를 체결, ‘2024년까지 임금 인상을 모두 회사에 일임’하는 등 통 큰 결단으로 정상화에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1년도 안돼 합의를 깨고 직장폐쇄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폐쇄 대가로 6개월분이나 8개월분 급여를 주겠다고 운운하는 것은 경영진으로서 있을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입니다.

“고려는 흑자회사입니다. 왜 폐쇄한다는 겁니까”

경영진의 비상식적인 개발 논리 질책 ‘대장동’ 재연 우려

Q 노조가 가장 바라는 목표점이 있다면?

▲노사가 정상적인 경영 상식선에서 소통하기를 바랍니다. 일단은 노사가 2024년까지 경영정상화를 합의한 만큼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흑자로 전환하여 잘 돌아가는 멀쩡한 회사를 폐쇄하고 그 대신 무슨 이득을 취하려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Q 고려가 상장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경영진 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나머지 문제점은 없나요?

▲아시다시피 고려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현재의 경영진은 2012년도에 새로 입성했습니다. 현 경영진의 소유주식은 약 30% 정도, 나머지는 상장주식을 소유한 개미들이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70%의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여 흑자경영을 추구해야할 경영진이 엉뚱한 생각으로 공장폐쇄를 단행하고 다른 목적을 생각한다는 것은 중대한 배임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면 소액주주들의 집단 소송이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Q 새 시설인 목포 공장에서 잘 운영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경영 진단을 위해 전문기관에 공식 의뢰했는데 △장성공장과 목포공장을 가동할 경우 보통 적자 수준 △목포공장만 가동했을 경우 엄청난 적자 △목포를 가동 않고 장성만 가동했을 경우 흑자로 나타났습니다. 무리하게 가동할 경우 주주들의 손실이 뻔하다는 결론입니다.

Q 고려 1공장 부지 10만평에 2600세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 최상책이라는 장성군과 고려의 공동용역결과가 나왔는데 실현 가능성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 일대는 대표적인 침수지역으로 엄청난 몰통골인데다 사방이 석회암지대입니다. 곳곳에 구멍이 뚫리는 공동화 현상이 예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땅을 좀 보는 설계 전문가들이나 풍수지리학자들은 이런 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게다가 광주지역으로 연결되는 출입구는 고속도로와 일반도로가 막고 있으며 반대쪽 역시 KTX가 버티고 있어 여건이 쉽지 않습니다.

Q 끝으로 지역민에게 부탁 말씀이 있다면?

▲반세기 동안 지역을 먹여 살린 기업이라는 점에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는 세상이 아니라 지역공동체가 함께 사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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