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장성읍 같은 소도시에서 못 살겠습니다. 위급상황에 이렇게 허무하게 사망하니 어찌 살겠냐고요?”

응급 상황에 119구급차를 이용했으나 한 달 사이에 시어머니와 남편을 잃은 유가족 김(31) 모씨의 비통한 절규다.

당뇨가 심한 김 씨의 시어머니(58)는 5월 12일 장성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쓰러져 119구급차를 이용해 첨단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했고, 한 달 뒤인 6월 12일 남편 김(36) 씨는 장성읍 청담아파트 도로상에서 쓰러져 119구급차를 이용해 장성병원으로 이송된 뒤, 전남대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했다.

문제는 두 사건 모두 장성읍에서 일어난 상황이었지만 장성119안전센터 구급차가 다른 환자를 이송 중이라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삼계119안전센터 구급차가 대신 출동, 시간이 13분~15분 정도가 소요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유가족은 응급이 필요한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원망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약 장성읍소방서에서 119구급차가 출동했다면 2~4분 이내 도착이 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장성군에는 장성읍소방서 산하에 장성119안전센터, 삼계119안전센터, 북이지역대 등에 각각 1대씩의 3대의 119구급차가 운영 중이다. 대응메뉴얼에 따르면 1대의 구급차가 출동상태이면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구급차가 출동토록 돼 있다.

불행하게도 이 유가족은 시어머니와 남편이 위급상황을 맞았을 때 모두 장성 구급차가 출동 중이라서 삼계 구급차를 이용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남편 김씨는 12일 저녁 10시 26분에 119에 신고 접수됐고 119는 즉시 지령을 내려 가장 가까이 있는 삼계 구급차에 출동 지시를 내렸다.

동시에 비상용 펌블런스(임시장비를 갖춘 간이 소방차)가 30분에 출동, 33분에 현장에 도착해 심폐소생술과 가슴압박 구조를 실시했고 38분에 삼계구급차가 도착했다. 삼계 구급차 대원들은 3~4분 동안 현장응급구조를 실시한 뒤 43분에 200m 거리에 위치한 장성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장성병원은 응급회생조치를 취한 뒤 2시간 만에 전남대응급의료센터로 이송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유가족 측은 가족의 비운의 사망 과정에 안타까움을 달래지 못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김한종군수님 장성읍에 사는 젊은 엄마의 기막힌 사연을 들어봐 주세요>라는 글에서 “심정지 상태 골든타임이 4~5분인데 1~2분 거리의 119를 두고 어찌하여 14~15분 거리의 삼계 구급차를 기다려야 합니까”라고 울분을 토했다. 민원인의 진단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안이 있었다면 사망자가 혹시 살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운 호소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형중 장성소방서 대응구조과장은 “있는 시스템과 장비를 총동원해 최선을 다했으나 너무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정말 만분의 1이나 해당되는 우연의 일치로, 한 가족이 장성 구급차가 출동 중인 상태에서 삼계 구급차를 이용, 한 달 사이에 사망했다. 혹시라도 군민의 안전을 위해 미비한 점이 있다면 철저히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인구 1만3천여 명의 장성읍민 안전을 위해 구급차 1대를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며 “소방서에 예산이 없다면 군비라도 지원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소방규정에 따르면 장성군에 3대 배치는 충족된 사항이다. 게다가 119구급차 1대에는 3인 구급대가 3개 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9명의 인력이 필요하게 되어 예산이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정형중 과장은 “구급차량 증설 문제와 예비구급차 운영, 보건소나 병원의 구급차 운영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장성119안전센터에 따르면 관내 119구급차의 1일 평균출동 건수는 10건으로 대당 3.3건을 소화하고 있으며 후송 병원이 대부분 광주 지역이기 때문에 1회 순환하는데 3시간이 걸린다.

백형모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