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마을 공동 재산이던 건물이 개인소유로 둔갑?
수십년 마을 공동 재산이던 건물이 개인소유로 둔갑?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3.10.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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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면 택시대기소 건물 진짜 주인은 누구?…주민들 발만 ‘동동’

미등록 건물에 어느 날 갑자기 소유권 주장하며 나타난 건물주
북이면 관광안내소로 쓰이고 있는 북이면 사거리 613-5번지 건물
북이면 관광안내소로 쓰이고 있는 북이면 사거리 613-5번지 건물
건물 외벽에 '1980년 성암 신태호 기증' 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건물 외벽에 '1980년 성암 신태호 기증' 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수십 년 전 마을에 기증된 줄로만 알았던 마을 공동소유의 건축물이 2021년 부동산특별법 기간에 개인에게 등기 이전된 것으로 드러나자 주민들이 마을 공동 재산으로 환원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의 건물은 북이면 버스터미널 바로 옆(북이 파출소 맞은편. 북이면 사거리 613-5번지) 장성군관광안내소를 겸한 북이면 택시대기소다.

주민들은 이 건물이 고 신태호(2012년 향년 90세로 작고) 동화석유회장이 마을을 위해 기증한 공공의 건물로 알고 그동안 마을회관으로 사용되다 예비군중대본부 건물로 활용됐으며 최근에는 택시대기소로 사용해왔다. 그러다 건물이 낡아 장성군에 수리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군청으로부터 ‘마을 회관이 아닌 개인 재산이라 불가능하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 건물이 마을주민 A씨의 명의로 등기이전 돼 있다는 것.

주민들이 확인해 본 결과 이 대지는 정부 소유이지만 건물은 지난 2021년 4월 마을 주민 A씨가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나*균 씨로부터 매입한 건물이었다.

나*균 씨는 미등기 건물이었던 이 건물(북이면 사거리 613-5번지)을 부동산특별조치법에 의거 본인의 소유로 소유권 보전을 신청했으며 신청 즉시 이 마을 주민 A씨에게 곧바로 매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특별조치법은 부동산 소유관계의 서류가 소실되거나 권리관계를 증언해줄 사람들이 사망·소재불명 처리돼 부동산의 사실상 권리관계와 등기부상 권리가 일치하지 않아 이를 증명해줄 마을증인과 법무사 등의 승인 등의 과정을 거쳐 가족이나 자손 등이 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다. 북이면 사거리 해당 건물은 나*균 씨의 직계가족인 나*욱 씨가 1938년 건축승인을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건물이 수십 년 전부터 이 마을이 고향인 성암 신태호 회장이 주민들을 위해 기증한 건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1930년대 신태호 회장 측이 해당 부지를 매입했으며 건물은 신태호 회장이 1980년 건물을 마을에 기증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건물 외벽에는 ‘기증자 성암 신태호 서기 1980년 5월 30일’이라고 또렷이 새겨져 있다.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A씨가 이 건물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A씨는 “내가 매입한 건물은 북이면 사거리 613-5번지가 아니라 이 건물 뒤편에 위치한 북이면 사거리 618-12번지인데 2021년 당시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번지가 바뀌었다. 행정착오”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현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의 지번이 북이면 사거리 618-12번지이며 이 곳의 건물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 건물을 매입했는데 공교롭게도 613-5번지를 매입한 것으로 기재됐다”며 자신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공무원에게 가서 정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도 “이런 과정을 공식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구두로만 항의해서 기록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장성군청 민원실 관계자는 A씨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우선 618-12번지의 대지는 현재 신태호 회장 측 직계손인 신준수 씨의 명의로 돼 있고 이 번지에 속한 여러 채의 건물은 모두 미등록 상태로 부동산특별조치법 대상이 안 된다는 것.

또 A씨가 부동산특별조치법으로 해당 토지를 매입해 소유권을 이전 받았을 때는 법무사를 통해 이에 필요한 여러 절차를 밟았을 것인데도 이를 몰랐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A씨의 직업이 부동산중개인이라는 사실도 A씨의 해명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A씨는 취재진에게 장성군의 행정 실수로 인한 잘못이기에 바로 잡겠다고 밝혔으나 장성군은 “지난해 이미 부동산특별법 시행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마을 이장인 김성 씨는 “A 씨가 장성 군청에 함께 가서 해결해보겠다고 말한 것을 토대로 이 건물의 소유권 이전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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