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뽑기게임’ 일상 속 도박 부추겨
단순한 ‘뽑기게임’ 일상 속 도박 부추겨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3.12.04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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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일상 속 사행성 게임노출도 ‘원인

전문가들은 수치상으로 나타난 도박 상담보다 실제 상담이 필요한 사례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도박 중독으로 상담을 요청한 청소년 중 대부분이 “부모님은 몰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상담 받는 아이들은 더 이상 혼자 감당할 수 없을 때, 숨기기 어려울 때가 돼서야 치료 상담을 받는다. 아직 상담에 참여하지 못한 중독 청소년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청소년 도박 중독은 생물학·정신적 미성숙한 청소년기에 반복된 쾌락이 심각한 중독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성인 도박 중독보다 훨씬 위험성이 크다고 분석되고 있다. 청소년기까지 발달하는 전전두엽은 참을성을 담당하고 있어 성인보다 도박이 주는 즐거움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청소년 도박은 돈을 잃는 것뿐 아니라 정신적 문제와 학교 부적응, 대인관계 붕괴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실제로 전국 초중고 학생 1만 8444명을 대상으로 한 ‘불법도박 피해 조사’에서 8.8%인 4392명이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청소년 불법도박·마약 근절 연속토론회’에 참석한 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은 “한 번도 안 해본 아이는 있을지언정 한 번만 하는 아이들은 없는 심각한 사안이 바로 청소년 도박문제”라며 “청소년 사이버 도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연안으로 범죄이자 질병이다. 청소년 도박을 막는 특별법 등 법안의 강화 및 도박의 중독장치를 막는 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

청소년들은 어떻게 도박을 접하게 될까? 전문가들은 불법도박 사이트와의 매개체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꼽았다. 또한 유해 사이트가 아닌 곳에서도 쉽게 도박 사이트 광고를 접할 수 있어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대현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대표는 “한 청소년이 유해 사이트로 다 막혀 있어도 우회 앱을 깔아 실행만 하면 어떤 도박 사이트도 이용 가능하고, 일반 공유 사이트에도 도박, 포르노 등 유해 사이트가 뜬다고 한다”며 “또한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컴퓨터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 어떤 불법 사이트도 다 뚫을 수 있다. 유해 사이트가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의 청소년을 겨냥한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친근한 느낌의 인터페이스(UI)와 모바일에서도 플레이 가능하도록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이름도 아이들에게 익숙한 용어로 바뀌고 있으며, 게임 구성이나 게임인지 도박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이 때문에 불법으로 인식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듯 도박을 시작, 도박 중독에 빠지는 등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은 “모바일로 인터넷이 더욱 용이해진 상황에 ‘꽁(짜)포인트’, ‘꽁(짜)머니’라고만 검색해도 공짜로 제공해 주는 사이트들을 연결시키는 페이지가 부지기수”라며 “접근의 용이성과 종류의 다양성, 도박인 줄 모르게 포장된 교활함 등이 청소년을 불법 도박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도박, 성인 도박과 완전히 달라”

이처럼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청소년 도박 문제, 성인도박과 완전히 다르게 인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청소년기의 도박 중독은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청소년 도박 중독 치유에서도 성인과 완전히 분리해 상담·치료 하고, 자녀가 도박 중독이면 부모도 함께 상담·치유에 참가하는 등 성인도박 중독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수년간 청소년 사행성 온라인 도박 실태를 연구해 온 오세라비 작가는 “아동, 청소년은 정보통신 환경에 있어 일체의 불법 도박 관련 미끼 광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며 “불법도박 사이트 접속 차단, 이용해지 등을 결정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청소년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 작가는 “전 세계는 도박 중독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은 도박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보다 도박중독자가 2~3배 높은 상황”이라며 “도박 중독 뇌 사진을 보면 마약인 코카인 중독 뇌와 흡사하다. 도박 중독은 질병이며, 약물 치료가 필요함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명근 법무법인 내일 대표 변호사는 청소년 불법 도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처벌 기준이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도박의 폐해는 심각하지만 법 제도는 방치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도박 없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도박은 혼자할 수 없는 구조상 누군가 도박장을 개설,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으면 도박에 빠지기 쉽다는 이유다.

오 변호사는 “도박장 개설은 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당히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있으며, 예비죄도 처벌하고 있다. 처벌되는 도박장 개설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도 포함”이라면서 “하지만 인터넷을 보면 단속이 이뤄지는지 의문일 정도로 불법 사이트들이 넘쳐난다. 불법 도박 사이트 신속 차단, 계좌 지급정지, 포상제 등을 두고 있는 ‘불법 온라인 사행산업 단속 방지 및 처벌 특별법’이 서둘러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법실무에서 도박 빚을 개인의 도덕적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법부가 도박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심도 있는 논의와 개선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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