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도 자립을 꿈꾼다!
중증장애인도 자립을 꿈꾼다!
  • 최현웅 기자
  • 승인 2024.01.29 1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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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지원사업 ‘각광’
관내업체에서 직업재활훈련 받고 취업과 연계
중증장애인 직업재활훈련 중인 김준○(오른쪽 안경 쓴 이) 씨가 훈련지원인 김광○ 씨

장성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위탁을 받아 지난 2021년부터 지역 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은 직업재활사업수행기관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중증장애인 중심의 적절하고 효과적인 지역사회 기반의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증장애인의 자립기반 마련 및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직업재활 대상자는 만 15세 이상의 등록 장애인 또는 특수교육 대상자로서 직업생활 및 직업 환경에 대한 심리적, 기능적인 적응력이 필요한 사람이나 지원고용, 일반취업 및 상의기관 전이를 위해 직업적응훈련이 필요한 사람으로 중증장애인 및 여성장애인을 우선 선발한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장애인은 직업상담, 직업평가, 직업적응훈련, 현장중심 직업훈련, 취업알선, 취업 후 적응지원 등 전반적인 직업재활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도록 주로 사업비, 인건비, 훈련수당, 취업장려금 홍보비 등을 지원받는다고 명시돼 있으나 현재 실질적으로 지원받는 금액은 훈련 참여수당 10만 원에 그치고 있다.

장성군 관내에는 총 6개 업체가 직업재활지원사업에 참여해 장애인들의 직업재활훈련을 돕고 있다.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은 총 12명으로 업체마다 1인에서 3인까지 일의 특성과 강도에 맞춰 참여 인원이 다르다.

직업재활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장애인은 각 업체에서 오전이나 오후 중 업체나 훈련생의 사정에 맞춰 하루 3시간씩 단순 조립이나 스티커 부착, 분류업무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해내고 있다.

업체에서의 작업은 작업에 직접 참여하는 장애인 뿐 아니라 이들과 한 팀을 이뤄 함께 작업하고 장애인을 보살피는 중증장애인 ‘훈련지원인’이 장애인과 출퇴근을 함께하며 돕고 있다. 훈련지원인은 훈련에 참여하는 장애인의 직업재활지원 초기부터 장애인의 멘토가 되어 교육과 훈련의 전 과정을 함께하며 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훈련수당 한 달에 10만 원 ‘열악’

장성관내 재활장애인의 직업재활훈련사업은 올 3월이면 3년째 접어드는데 참여자들의 숙련도가 높아졌음에도 아직까지 취업이 아닌 훈련과정이어서 노동에 대한 임금을 업체에서 받는 게 아니라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월 10만원의 수당을 받는 게 전부다. 최저시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훈련장애인들의 조속한 취업 연계가 시급한 과제다.

또 장애훈련인과 함께 하는 훈련지원인 역시 장애인들의 훈련과정뿐 아니라 이들 신상에 관한 각종 서류작성과 일지 작성 등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겨우 최저생계비 수준의 봉급을 받고 있어 이들 훈련지원인에 대한 근무여건 개선과 처우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와 함께 장애인이 훈련하고 있는 재활작업장인 사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한 가지 희소식은 현재 재활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6개 업체가 이르면 다음 달인 2월 재활훈련중인 장애인들을 정식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일반인처럼 하루 8시간 일하지는 못하겠지만 파트타임이라도 정식 취업해 엄연한 사회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다. 이들 훈련생들이 업무를 익혀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장성읍과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출퇴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장애인 혼자 버스를 타고 업체까지 왕래하기 어려울뿐더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들은 동행인 없이는 사업체로의 출퇴근조차 어려운 실정인데다 장성읍과 멀리 떨어져 외진 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설사 취업처가 생기더라도 출퇴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여건조차 안 돼 문제로 지적된다.

 

㈜포미스, 2022년 4월부터 재활지원사업 참여

장성환 대표, “더 많은 일자리 제공 하겠다”

(주)포미스 장성환 대표
(주)포미스 장성환 대표

황룡농공단지에 자리잡은 ㈜포미스(대표 장성환)는 2022년 4월부터 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폼 가공, 필터제작, 사출성형 등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각종 완충재와 보온재 등을 생산하고 있는 이 업체는 2008년 설립돼 ▲2016년 SO9001/SO14001을 획득 ▲2017년 경영혁신형중소기업MAINBIZ인증(신용보증기금) ▲2018년 기술역량우수기업 인증 ▲2019년 2019상생형 스마트 공장기반 구축 ▲2020년 2건의 특허 등록과 함께 전남도 일자리 우수기업인증 ▲2021년 이노비즈 인증을 받았다.

포미스 장성환 대표는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지역민들에 대한 고용확대와 고용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대한 공로로 전남도에서 선정한 일자리 우수기업인증도 받았다.

장성환 대표에 따르면 처음부터 장애인 직업재활교육에 대한 사전 지식과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제품을 조립하고 테이프를 부착하는 등의 단순업무를 장애훈련생들이 곧잘 해냈고 지금은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작업을 해내고 있어 함께 일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지난해 업체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의사를 훈련지원인 등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장성환 대표는 “지역에서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갖춰만 진다면 장애인을 포함한 더욱 많은 지역의 노동자를 고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곳 ㈜포미스에서는 중증 지적장애인인 김준○(41세, 장성읍 성산)씨와 김양○(50세 여, 서삼면), 고광○(28세, 삼서면) 씨가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 직업재활훈련장애인들은 포미스 작업장에서 ▲간이 사각형 재전트레이를 틀에 끼우기 ▲종이테이프를 제거한 후 PVC골판지에 맞게 부착하기 ▲송곳 이용해 스크렙 제거하기 ▲완제품은 박스에 담고 불필요한 것은 비닐봉투에 담아 분류 ▲종이 박스에 재전트레이 120개 포장 후 박스 테이핑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도 취업해 어엿한 사회인 될래요!”

김준○, 김양○, 고광○ 훈련생 취업 도전기

남매를 양육하며 직업재활훈련에 참여 중인 김양○ 씨가 부품 조립작업 중이다.
남매를 양육하며 직업재활훈련에 참여 중인 김양○ 씨가 부품 조립작업 중이다.

장성읍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김준○ 씨는 같은 작업을 다른 동료들보다 1.5배의 속도로 처리할 정도로 손놀림이 재고 작업속도가 빠르긴 하나 그만큼 오류도 많아 불량제품을 만들기도 했으나 반복된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함께하는 훈련지원인 보다 훨씬 능숙하고 날렵해졌다.

작업도중 함께 일하는 동료를 손짓으로 부르거나 팔로 치는 등 주의결핍 증세가 있었지만 훈련지원인의 반복적인 지도를 받고 이제는 이러한 습관을 고치게 됐다. 또 작업 중 같은 질문을 수차례 반복하기도 했으나 이 습관 역시 개선돼 지금은 작업에만 열중하고 있다.

작업을 하면서도 연신 웃음을 잃지 않고 훈련에 임하는 김준○ 씨는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이 순간이 너무 즐겁고 재밌다”고 한다. 준○ 씨의 부모님도 준○ 씨가 어서 안정된 직업을 찾아 사회에 적응하길 바라고 있다.

일찌감치 남편과 사별하고 남매와 남매들의 고모와 함께 서삼면에 거주하고 있는 김양○ 씨는 어려운 형편에도 두 남매를 번듯하고 훌륭하게 키워냈다. 아들은 지방 국립대학 의대 본과에 재학 중이고 딸도 장성에서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을 정도로 자녀교육을 잘 시켰다.

하지만 정작 양○ 씨는 사회생활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전 처음 해보는 사회생활이라 그런지 약속시간의 개념이 없어 출근시간 1시간 전에 나와 기다리기도 하고 기억력이 떨어져 방금 전에 있었던 일도 곧잘 잊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직무와 관련된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하고 신변관리가 안됐었다.

또 훈련 전 작업을 설명해 주는데도 설명을 듣지 않고 본인 방식대로만 작업하려들었지만 반복 작업과 꾸준한 설명으로 이제는 성실히 작업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양○ 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해 일하고 싶어 했고 훈련지원인의 지도로 반복적인 지도를 받아 업무 능력도 많이 향상돼 이제는 업무를 보는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서삼면 소재 세탁물 업체에 취업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회사 사정으로 3개월간 일하다 지금은 포미스에서 직업훈련 중이다.

양○ 씨는 본인이 어서 빨리 취업해 대학에서 공부 중인 아들에게 용돈을 주고 싶다는 게 소원이라며 간절히 일하고 싶어 했다.

고광○씨가 조립작업 중이다
고광○씨가 조립작업 중이다

장성읍에 거주하는 고광○ 씨는 화가 난 상황에서 분노조절에 실패할 경우 책상을 내리치거나 주먹을 쥐고 고성을 지르는 등의 난폭한 행동으로 주위사람들을 불안케 하기도 하지만 타인에게는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으며 누군가 주의를 주고 타이르면 잘 알아듣고 거친 행동을 멈춘다.

평상시엔 적극적인 성격으로 맡겨진 과제를 열성적으로 수행하고 작업지시 및 직무를 잘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직무를 할 때 긴장해 혼잣말을 하거나 손을 모으고 잘 할 수 있다고 반복적인 말을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즐겁게 작업한다고 한다.

작업 중 동료를 도와주거나 일을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배워 다른 동료에게 도와 줄 일이 없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또 새로운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어려워했으나 현장중심직업훈련에 참여해 직원들에게 용기를 내 먼저 인사 하거나 안부를 묻는 등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2021년부터 이들 장애인과 함께 직업재활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김광○(55세. 장성읍) 훈련지원인은 이들 장애인의 훈련과 교육을 함께하며 돌보고 있다. 행동교정과 출퇴근, 작업의 모든 과정을 함께하며 취업에 이르기까지 바로 옆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훈련장애인을 퇴근시키고 난 후에도 일지 등 각종 서류를 작성하느라 하루를 꼬박 힘들게 보내고 있는 광○ 씨는 본인과 함께 훈련 중인 장애훈련인이 장애를 극복하고 취업해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본인에게 커다란 보람이자 긍지라고 말한다.

덧붙여 지역의 더 많은 장애인들이 직업재활훈련을 통해 취업에 성공해 자립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성환 대표와 재활 훈련 중인 중증장애인과 훈련지원인
장성환 대표와 재활 훈련 중인 중증장애인과 훈련지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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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2024-01-30 10:03:00
장성군 지역에서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좋은 정보가 담긴 기사입니다. 정독하고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