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면 이정상 씨, 정신질환 90노모 대소변 수발
삼계면 이정상 씨, 정신질환 90노모 대소변 수발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9.10.21 14: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함께 살지도 않는 아들 있어 기초수급도 못 받아
한낮인데도 침침한 방안에 앉아 방바닥에 쌓인 티끌을 쓸어모으는 행동을 반복하며 하루를 ㅂ
한낮인데도 침침한 방안에 앉아 방바닥에 쌓인 티끌을 쓸어모으는 행동을 반복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 어머니 기노남(89)씨를 보살피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삼계면 이정상 씨

 

"어머니 지금처럼 오래오래 사셔요!"

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한낮인데도 두 모자의 방은 어둡고 침침했다. 낡고 오래돼 쾌쾌한 방안엔 그래도 아들 이정상 씨(삼계면 덕산리. 66세)가 지펴 놓은 군불 덕에 방바닥은 제법 온기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 “어머님 손님 왔어요. 어머님 모시고 산다고 멀리 읍에서 기자손님이 어머님 보고 싶다고 오셨데요.”. “...” 기자가 정상 씨 집을 찾은 날. 아흔을 앞둔 노모 기노남 (89)어르신은 아들 정상 씨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손님이 온지도 모르고 먼 허공만을 바라본 채 연신 방바닥의 먼지를 손바닥으로 쓸고만 있었다.

이정상 씨는 “저 양반이 지금은 그나마 근력이 없어서 그런지 많이 나아지신 거예요. 전엔 쉴 새 없이 혼자서 얘기하다가 온 방안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대소변도 못 가렸어요. 그래도 지금은 말수도 많이 줄어드시고 다행히 대변은 조금 가리시는데 지금도 소변은 방안 어디에서고 아무데서나 봐요. 벌써 수십 년째니 이젠 일 같지도 않아요”

이정상 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홀어머니(기노남 89)에게 단 한시도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언제 어디로 사라져버릴지 모를 일이다. 몇 년 전에는 잠시 밭일을 보러 나간사이 집안을 나선 어머님이 4킬로미터나 떨어진 외딴 산길에서 발견돼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있는 등 어머님을 잃어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씨는 그 어디를 가든 어머님을 꼭 모시고 다닌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거라곤 가난밖에 없었던 이 씨는 어릴 적에도 남의 집 허드렛일이나 농사일을 도와주고 음식을 얻어 끼니를 해결하며 근근이 살아오다 정상 씨 열 살 무렵, 건강하던 어머님 기노남 씨가 정신병을 앓게 돼 초등학교 정규학교교육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집안을 꾸리게 됐다.

그 때부터 소년가장이 돼 누이와 동생들을 건사 하며 집안의 경제와 살림을 이끌어 왔다고. 동생과 누이, 부모님의 뒷바라지에 34살이 다 돼서야 결혼을 했으나 아내가 사기를 당해 감당키 어려웠던지 두 아들과 함께 집을 나가버렸다고.

특별한 재주가 없었던 이 씨는 벌이마저 시원찮아 아버지가 짓던 2마지기 논에 콩을 심어 콩농사를 짓는다. 이 콩을 수확해 메주를 쒀 내다 파는 게 이 씨 수입의 전부다. 이렇듯 어려운 형편임에도 이 씨는 기초수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일 년이면 명절 때 고작 한두 번 얼굴이나 보는 아들이 가족관계 증명서에 부양가족으로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 씨의 딱한 사정을 안 마을사람들의 제보덕분인지 몇 년 전 지상파 방송국에서 이 씨의 사정을 TV 프로그램으로 제작 하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이 씨는 내세울 것 없다고 생각해이를 정중히 거절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씨는 대전 중구청 주관으로 지난달 27일 열린 제 11회 대전 효문화 뿌리축제에서 효자상을 수상했다. 후원문의는 삼계면사무소 ☎061-390-760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