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군수에게 전화하겠다' 휴식한다 으름장
‘우리집 먼저’ 이기주의 팽배...봉사자에 찬물
“수해로 맘 아프고, 시름이 많은 줄은 알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 주려고 달려간 공무원들을 머슴 부리듯 대하는 듯한 태도에 상처를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수해로 피해를 본 농가를 찾는 봉사의 손길이 한창인 가운데 일부 농가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역갑질 행위를 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장성군청 공무원인 ㄱ씨는 지난주 수해 피해를 본 농가를 찾아가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펼치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 봉착했다.
피해 주민은 봉사활동에 나선 직원들에게 세간살이를 쏟아놓고 이것저것 정리하라고 시키며 정작 본인은 뒷짐을 지고 앉아있었다. 또 한창 바쁘게 일손을 놀리고 있는데도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핀잔을 주며 봉사자들을 일꾼 부리듯 대했다.
ㄱ씨는 “지역민의 아픔에 함께하고자 일손 돕기에 나선 공무원은 그런 업무에 전문가가 아니다. 일 처리가 서투를 수 있다. 그렇다고 주민이 공무원을 일꾼 다루듯 지시하고 나무라는 모습이 옳은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ㅇ씨 역시 피해 농가 돕기에 나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오죽하면 다시는 일손돕기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ㅇ씨는 “무얼 바라고 나선 봉사활동은 아니지만 새벽같이 나서서 봉사하러 온 사람들을 경시하고 물 한잔도 내주지 않으면서 불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무원뿐 아니다. 지역 내 봉사단체에서도 이러한 역갑질 사례가 심심찮게 있었다.
지난 13일 남면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장성군새마을회 회원은 피해가 심한 이웃이 있는데도 본인의 집 담장을 복구해달라며 회원들을 닦달하는가 하면 멀쩡한 가재도구를 어질러 놓고 뒷짐 지고 지시하는 등 역갑질을 당했다며 불쾌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지역 내 봉사단체 한 간부는 “우리 사회가 언제부턴가 물난리 등 각종 재난을 겪게 되면 으레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들이 마치 당연하고 이들이 무슨 대가를 받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고 탄식한 뒤 “피해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봉사자들을 즐겁고 보람있게 만들 것”이라며 “함께사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써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선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