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농협 이사도 피해자에게 수차례 가정사 들먹이며 험담
피해 여직원, 계약직 신분 탓에 냉가슴...뒤늦게 피해 알려

진원농협에 근무하는 여직원 A씨가 상사인 B과장에게 수차례 성희롱과 성추행 피해를 입고 이사인 C씨에게서는 비인격적 험담을 수차례 들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피해자인 A씨에 따르면 B씨의 집착은 거의 스토커 수준이었다.
B씨는 직원들의 회식자리 때마다 A씨를 옆자리에 앉히고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유도하는가하면 지난 가을에는 직원들과 단체로 야구 관람을 가서는 스킨십을 하려했으며 경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좁은 차안 뒷좌석에서는 가슴을 만지려 하는 등 성추행 했다고 토로했다.
A씨가 더욱 무서웠던 건 지난달 초 A씨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자신의 집에서 혼자 격리 중이었는데 B씨가 사적인 전화를 자주 걸어왔고 한번은 “코로나로 인해 열이 많이 오를 땐 옷을 벗고 자야 좋다”고 말해 너무 기가 막혔다고 진술했다.
이후 B씨는 또 A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집 문 앞에 딸기 한 상자를 놓고 갔다고 알려왔다는 것. A씨는 어느 누군가가 자신의 집을 알고 있고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놓고 갔다는 사실을 생각만 해도 무서워서 한동안 문 앞을 나서기도 두려웠다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A씨는 입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 농협 이사인 C씨가 일하고 있던 마트매장에 찾아와 손님들이 다 들리도록 20여분 동안 A씨와 가정을 들먹이며 모욕했다고 밝혔다.
C이사는 A씨 아버지에 대한 원한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A씨가 입사하자 A씨에게 이 같이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진원농협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한 A씨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잘 버텨 올해도 재계약을 성사 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묵묵히 참아왔지만 현관 앞 딸기 사건까지 일어나자 그동안 B씨와 C씨에게 당한 피해를 부모에게 알렸고 부모들은 가해자와의 분리조치와 농협 측의 합당한 조치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6일 진원농협에 항의하기에 이른다.
한편 장성투데이는 가해자로 지목된 B과장과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농협, 즉각 분리조치 안하다 뒤늦게 가해자 대기발령 조치
직장 내 갑질 피해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진원농협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A씨가 26일 진원농협 측에 피해상황을 보고하고 B씨와의 분리조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진원농협 측은 휴가 후 복귀한 B씨를 30일에도 같은 장소에 A씨와 함께 근무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A씨와 A씨 가족의 항의가 있자 진원농협은 새해 2일이 돼서야 B씨를 대기발령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원농협 측은 또 취재진이 C이사의 갑질에 대한 추후 조치를 묻자 “갑질이라기 보단 개인 가정사 문제가 아닌가 보고 있다. 자세한 것은 조사위원회 및 전문가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진원농협은 9일부터 4일간 농협 전남지역본부 검사위원회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불러 대면조사를 진행한다. 이후 농협중앙회의 결재를 받아 이르면 2월 중순쯤 B씨와 C이사에 대한 징계 등의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진원농협 조합장은 “책임자로서 이 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미리 인지 했더라면 빠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이 사건이 원만하고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지역 내 뜻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지자체 차원의 상담센터 설립 및 방지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 정찬호 센터장은 “고용이 불안한 계약직 노동자는 직장 내에서도 언제나 ‘을’일 수밖에 없어 매일같이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더군다나 여성 노동자들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갑질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고 피해자가 안심하고 상담할 수 있는 공간 및 제도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조언했다.